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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잠로에서】삼성그룹의 ‘Bomb Out’이창형/ 편집인·부사장
   
문재인 대통령 명의로 지난달 발의된 헌법 개정안에는 ‘노동자의 권리’가 대폭 강화됐다.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와 양극화 해소,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런 맥락에서 일제시대 당시 사용자 관점에서 만들어진 ‘근로’ 단어가 ‘노동’으로 수정됐다.

국가를 떠나 보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천부인권적 성격의 기본권에 대해 그 주체를 ‘국민’에서 ‘사람’으로 확대한 맥락의 연장선상이다.‘근로자’가 ‘노동자’가 된 것이다.

그런데 ‘사용자’는 여전히 ‘사용자’로 돼 있다.

헌법이 ‘인간다운 삶’을 담아내고, ‘사람’을 중심에 뒀지만 사람이 ‘사람을 사용한다’는 모순된 정의는 그대로 뒀다.

그런 사용자 격인 삼성이 조직적으로 노조와해를 시도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고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삼성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위해 다스의 미국 소송비를 대신 냈다는 혐의로 검찰이 해외 송금자료를 압수수색하던 중 6천건에 달하는 삼성 노조와해 전략이 담긴 문건을 발견한 것이다.

여기에는 2013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폭로한 151쪽 분량의 ‘S그룹 노사전략’ 문건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문건에는 문제인력을 보고해 밀착관리하고 비위사실을 채증하고 노조 가담 시 징계하라는 것과 노조 설립 주동자는 해고나 정직을 시키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4년 전 심 의원이 공개한 이 문건은 공개 직후 검찰수사로 이어졌지만 2015년 1월 무혐의로 결론 났다.

출처가 확인되지 않는 이상 그룹차원의 부당노동행위에 개입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당시 검찰의 판단이었다.

당시 검찰이 ‘삼성법무팀’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이제 와서 현실화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의 노동조합 와해 의혹은 국제적으로도 망신을 받고 있다.

노조를 할 권리 등이 담긴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에 대한 요구도 커지면서 국제노동 전문가들은 삼성의 노조 와해 의혹 사건을 사실상 노조 탄압으로 인식하고 핵심협약 비준이 지연되는 상황에 우려를 나타냈다.

ILO는 지난해 3월 삼성의 무노조 경영과 노조 차별에 대해 제소한 사건의 중간보고서를 채택했다.

보고서는 당시 한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검찰 조사 결과를 알릴 것, 노동자들이 조직을 결성하고 가입할 권리를 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 등을 권고했다.

이 같은 주문의 배경에는 한국이 국제노총의 노동자 권리 보장 평가에서 2015년 이후 최하위 등급인 5등급으로 분류된 것도 영향을 줬다.

5등급은 사실상 노조에 대한 권리나 노동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란 것이 ILO의 평가다.

한국은 1991년 ILO에 가입했지만 핵심협약 8개 중 결사의 자유, 단결권,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87호, 98호와 강제노동에 관한 협약(29호), 강제노동 폐지에 관한 협약(105호) 등 4개는 비준하지 않았다.

정부는 연내 협약비준을 위한 로드맵을 수립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우리 사회 전 분야에서 혁명에 비유할만한 개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그 개혁의 중심에 있는 노동 문제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노동이란 단어가 ‘노조’로 인식되고 그 ‘노조’가 경제활동을 망치는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그 인식의 저간에는 귀족노조의 자기 밥그릇 싸움의 지난 과오를 냉철히 반성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 ‘Know-how’(어떻게 만들 것인가)란 공학적 논리가 우선시 됐던 성장지향을 넘어서야 한다.

이젠 ‘Know-what’(무엇을 만들 것인가)이란 인문학적 관점에서 양측의 융합이 더 없이 필요한 때다.

'How'에 대한 답은 이제,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는 무궁무진한 활용방법을 통해 이미 사회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인공지능을 갖춘 자동차와 냉장고, 세탁기에 이어 인간을 뛰어넘는 로봇이 그 답을 내놓고 있다.

대신, 'What'에 대한 고민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한다.
노조를 탄압하고 파괴하고의 원시적인 잣대를 과감히 버려야 한다.
노와 사란 개념을 더 이상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지 않아야 한다.
어떻게 안 뺏길 것인가와 뺏을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통해 공동체 번영을 도모할 수 있을까의 문제가 당면과제다.

비단 삼성만의 문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탄압의 대명사 격으로 불리고 있는 국내 재벌기업들의 황제경영은 물론, 사용자로 군림하는 귀족노조의 피라미드식 주종관계가 그래서‘Bomb Out’ 대상이다.

이창형 기자  changpi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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