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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愛竹軒 칼럼] 스승의 역할허경태 편집국장
우리 교육의 현실을 한 마디로 말한다면 암울하다. 그 원인은 가정과 학교, 사회구조의 총체적인 문제에서 찾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학교라는 현장에서 제자들과 매일 만나는 스승(교사, 교수)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자의 사상을 계승 발전시킨 맹자는 군자에게는 세 가지 즐거움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교육하는 것(得天下英才 而敎育之)이라고 했다. 이는 자기가 갖고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즐거움으로, 즐거움을 혼자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남과 함께 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맹자가 살던 시대와는 달리 현대는 제자가 학교에서 배우는 것은 스승이 지식을 가르쳐 주는 존재이기 보다는 스승이라는 한 인간이다. 강의 노트에서 베껴낸 지식은 책 속에 얼마든지 있다. 지식을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살아가는데 무엇이 중요하고, 그것을 스스로 판단할 수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의 기쁨은 산 정상을 정복했을 때 가장 크다고 한다. 그러나 최상의 기쁨은 올라가는 순간인 것이다. 스승의 역할은 제자들에게 몇 개의 수학공식을 외우게 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승의 행동에서 삶의 기준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영국의 대학 교수는 그 나라의 장관 이상의 정신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한다. 교수들은 강의 시간만이 아니라 늘 학생들과 접하며 일상생활을 같이 하고 있다. 말을 바꾸어 한다면 학생들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교수들과 늘 함께 함으로써 지식뿐만 아니라 인간의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지도자 랍비들도 사람들의 의식을 일깨워 주는 지도자로서의 모습을 심어주려고 애쓰는데, 그 모습의 특징은 지적, 정신적, 윤리적인 것이다. 랍비는 교사로서 전해주고자 하는 가치관을 스스로 본보기로 제자들에게 보여준다고 한다.

우리의 교육 현실이 지금은 비록 암울하지만 스승이 제자들 앞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서로 접촉하며 실천으로 본보기가 되어준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 교육의 모습도 달라질 것이고, 스승을 존경하는 본래의 위상도 회복할 것이다.

앞서 나가는 자, 그 중에서도 스승의 역할은 참으로 외롭고 힘들다. 자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제자들에게는 길이고, 보고 따라갈 이정표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갈수록 자신을 닦고 남을 가르치는 수기학인(修己學人)의 모습보다는, 공부하지 않고 남을 가르치려는 불학교인(不學敎人)이 많아지고 있음은 심히 걱정스러운 일이다. 제자들의 신뢰를 받고 존경을 받고 싶다면 우선 스승이 신뢰를 받고 존경받을 만한 면모를 갖춰야 된다.

과학기술 이전에 인문학을 강조하며 학문의 통섭을 강조하는 생물학자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배우는 줄 모르면서 배우는 것만큼 훌륭한 교육은 없다.”고 말한다. 스승의 역할을 제대로 해내기는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많이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을 가지고 우뚝이 나아간다면 스승의 당당한 삶의 모습을 본 제자들도 스승을 믿고 따를 것이다.

우리 속담에'솔 심어 정자를 만든다'는 말이 있다. 짧은 인생에서 효과를 얻기는 멀다는 뜻으로 쓰인다. 그러나 우리 교육의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금도 제자들에게 희망의 빛을 밝혀주는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는 스승은 곳곳에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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