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여왕이 나라에 큰 공을 세운 이들에게 영예의 십자훈장을 수여할 때의 일이라고 한다. 상을 받기 위해 모인 사람들 중에는 전쟁 중에 큰 부상을 당해 팔과 다리를 모두 잃고 다른 사람들에게 들려서 나온 병사가 있었다. 훈장을 달아주던 여왕이 병사 앞에 섰다. 그 병사를 보는 순간 여왕은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라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친 병사의 모습이 큰 감동으로 와 닿았기 때문이었다. 여왕은 훈장을 다는 것을 멈춘 채 뒤로 돌아서서 한참이나 눈물을 닦았다. 얼마 후 여왕을 통해 훈장을 목에 건 병사는 자신을 위해 눈물을 흘린 여왕을 위로하며 이렇게 말했다.

"조국과 여왕폐하를 위해서라면 다시 한 번 제 몸을 바쳐서 싸우겠습니다."

병사를 감동시킨 것은 훈장이 아니라 여왕의 눈물이었던 것이다. 훈장의 의미도 소중했겠지만 자신의 희생을 고귀하게 받아주는 여왕의 눈물이 병사로 하여금 자신의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닫게 해준 것이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그 시간을 계기로 더 소중한 인연을 함께 만들어 간다. 그러면서
주어진 하루하루를 자신이 맡은 일에 충실하면서 대다수가 평범하게 살아간다. 작은 일에 만족하며, 행복해 한다. 잠 잘 자고, 밥 잘 먹고 열심히 일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 한다. 하지만 우리는 매순간 중요한 것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다.

철책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국군장병, 외딴 섬에서 등대를 지키며 불밝히는 사람, 화재의 현장으로부터 우리를 구해주는 소방관, 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수호해 주는 경찰관, 길거리를 깨끗하게 청소해 주는 환경미화원, 오지까지 소식을 전하는 우편집배원, 국민을 위해 불철주야로 헌신하는 공무원 이외에도 많은 분들이 우리가 사는 평범한 하루를 지켜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분들이 있다.

지금 이 순간 어디선가 누군가는 남들이 알아주지 않지만 해야 할 일을 소리 없이 하고 있고, 곳곳에서 누군가는 묵묵히 선행을 하고 있을 것이다. 사실 그런 선행은 크고 작고, 알려지거나 알려지지 않은 것은 그다지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나의 하루는 내가 잘 보내서 생긴 하루가 아니라 누군가의 노력으로 보내는 하루라는 것을 잊지 않고, 그분들을 위해 응원하고 감사의 말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려는 자세일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살고 있는 조국을 지켜준 호국영령들과 그들의 유가족에게도 고마움을 생각하자. 대한민국이 이렇게 존재하고 있는 것도 자신의 목숨을 나라위해 바치며 싸우다 돌아가신 분들이 아닌가. 오늘을 행복하게 보내고 따뜻한 하루를 마무리 할 수 있는 것도 평범한 하루 속에서 보이지 않는 고마운 분들의 값진 희생과 노고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때로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어두운 곳에서 그저 이를 악물고 고통을 참으며 이웃을 위해 맡은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물질적인 보답보다 따뜻한 위로의 말 한 마디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인지도 모른다.

힘든 삶의 풍파에 시달리면서도 이웃과 가족, 친지들의 일상을 위해 말없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은 우리 가까이에 있는 신이 주신 아름다운 선물이다.

삼월 삼짇날, 강남갔던 제비가 돌아온다는 춥지도 덥지도 않은 화사한 봄날, 가만히 있어도 기분 좋은, 일년 중 가장 좋은 시절. 이 아름다운 계절에 자연에 감사하며 평범한 일상을 지켜주는 분들께 가끔씩은 고마움을 생각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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