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헌/스틸앤스틸 대표이사 사장

선도기업인 포스코가 국내 철강가격을 결정하면 다른 철강사가 따라가던 시대는 이미 지났다. 지금은 중국이 price leader다.
중국에서 철강가격이 결정되면 국내 철강가격과 철강사 수익성이 결정되고 국내 철강시황이 결정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국내 철강시장에서 가격선도자 역할이 포스코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국내 철강시장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중국 얘기를 하지 않고는 국내 철강시황을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그래서 국내 모든 철강인들의 관심이 중국 철강가격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철강세미나에서도 온통 중국 얘기뿐이다.

국내 철강수급이 국내 철강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국내 철강수요가 늘어나도 국내 철강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반대로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들어도 국내 철강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철강재 가격이 국내 철강수급과는 무관하게 결정되면서 수급과 가격의 괴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제 국내 철강가격은 중국에서 결정되어 한국시장으로 전달될 뿐이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전달된다.

국내 철강시장이 중국 철강시장으로 빠르게 편입되면서 우리나라 철강시장이 스스로 가격을 결정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가격과 수급의 불균형을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힘도 상실하게 되었다.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들어도 중국 철강가격이 올라가면 국내 철강가격은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시장가격이 균형가격보다 높게 형성되어 초과공급 상태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초과공급이나 초과수요 상태에서 균형으로 수렴하지 못하기 때문에 철강재 수급 불균형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철강재 거래가 불안해지고 시장의 효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중국 철강시장은 아주 경쟁적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심하다. 여기에 간혹 중국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이 충격을 주면 중국 철강가격은 더 큰 변동을 보인다. 이렇게 큰 변동을 보이는 중국 철강가격이 우리나라 철강가격을 경정하는 price leader가 되기 때문에 국내 모든 거래주체들의 위험요인이 급속히 증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17년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중국발 위험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철강사들이 중국 철강시황을 따라잡는 속도를 높여야 한다. 중국 철강시장에 대한 적응속도를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 중국의 등에 올라타고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과 경쟁하고 중국산 수입재를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price leader로 인정하고 우리의 적응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중국정부나 중국 철강사 입장에서 보면 급격한 가격변동이 나쁠 것이 없다. 중국 철강가격이 심하게 변동할수록 중국보다 우리나라 철강사들이 더 큰 위험비용을 지불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 철강산업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때로는 전략적으로 가격변동을 방치하거나 더 증폭시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