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밥심이라고 한다. 밥을 먹어야 힘을 쓴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오늘 찾은 이곳의 국수는 밥심 못지않게 힘이 난다. 면이라고 과소평가하면 절대 금물이다.

뙤약볕에 기운도 없고 입맛도 사라진 요즘 국수 잘하기로 소문이 난 ‘국수 이야기(대표 이영미)’를 찾아 식욕을 돋우기로 했다.

잔치국수, 비빔국수 등 다양한 국수가 있어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다. 무엇을 먹을까 한참의 고민 끝에 해초해물칼국수, 황태비빔국수를 먹어보기로 한다.

제일 먼저 나온 해초해물칼국수는 그릇 안에 초록빛으로 가득 찼다. 다시마, 미역, 청각 등의 해초를 말려 분쇄기에 간 다음 면을 반죽할 때 같이 넣어서인지 면만 먹어도 시원한 바다의 내음이 밀려온다.

호로록 면발을 흡입하다가 입안에 면이 거의 사라질 때쯤 국물을 한 입 먹으면 여기가 동해바다인지 국수집인지 헷갈릴 정도다. 시원한 국물 맛에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지만 절로 해장이 되는 듯 한 느낌을 받았다.

해초해물칼국수를 거의 다 먹어갈 무렵 황태비빔국수가 나왔다. 황태비빔국수에 황태가 깨나 많이 들어 있어 밑지는 장사는 아닐까 걱정이 됐다. 취재 때문에 많이 주는 게 아니라 평소에도 이렇게 준다는 말에 걱정은 더욱 깊어진다.

오른손으로 비비고, 왼손으로 비벼 새빨간 자태를 뽐내는 비빔국수는 이미 국수 한 그릇을 해치워 배가 빵빵한 상태지만 또 먹고 싶게 만드는 비주얼이다.

황태를 면을 감싸 한 입 크게 먹으면 쫄깃쫄깃한 면발과 황태의 부드러운 식감이 어우러져 환상의 짝꿍을 이룬다.

비빔국수는 보통 골뱅이라고 불리는 복족류 고둥을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반면 이 집은 강원도 황태를 꾸덕꾸덕하게 말려 사용해 색다른 식감과 맛을 낸다.

황태비빔국수가 탄생된 비화는 강원도 여행을 갔을 당시 반찬에 황태무침이 있어 같이 먹었는데 생각 외로 면과 너무 잘 어울려서 이를 접목해 보자고 생각해 지금의 비빔국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일일이 황태 가시를 다 제거해서 이가 약한 어르신뿐 만 아니라 어린이도 충분히 먹을 수 있어 실제로 가게 매상을 톡톡히 올려주는 효자 메뉴이다.

남들이 보기엔 일반 국수집처럼 보이지만, 매일 소화시킬 양의 면을 직접 뽑고, 멸치를 비롯해 8가지 재료를 넣은 비법육수가 모든 음식의 베이스로 깔려 어느 음식 하나도 가볍지 않음을 느낄 수 있다.

이영미 대표는 경제도 어려운데 비싼 음식은 서민들이 먹기에 부담스러울 수 있어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도 편하게 찾을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국수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 그릇 7천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지만 4~5일마다 직접 만드는 국산 김치, 자가제조면 등에 담긴 정성은 가격으로 매기지 못한다.

오늘 점심은 뭐 먹을까 고민하지 말고, 국수이야기에 가서 입맛에 맞는 국수를 먹어보는 건 어떨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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