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하면 물회 아닌가? 타 지역 친구가 포항에 놀러오면 당연히 물회 맛집으로만 찾아갔다. 회국수가 이렇게 맛있는 줄도 모르고.

동해안의 인기 메뉴인 회국수를 오랜 만에 먹어 본다. 취재하러 찾아간 대궁회타운(대표 김상훈)은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회국수 잘하는 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시내를 벗어나 호미곶면의 바다를 끼고 굽이굽이 돌아가면 한적한 곳에 대궁회타운이 자리 잡고 있다. 횟집 앞의 탁 트인 바다를 뒤로한 채 얼른 회국수를 맛보러 들어가 본다.

오전에 갔음에도 포장손님들로 정신이 없었다. 회국수를 시키고 앉아 있으니 금세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했다. 많진 않지만 정갈한 집밥 같은 느낌을 준다.

곧이어 나온 회국수는 국수 따로 회 따로 나왔다. 일반적인 회국수는 국수 위에 회가 올려져 나오는데 이 집은 따로 나오니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주방 일을 전적으로 도맡아 하는 아내 김분필 씨는 손님들이 회 상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입맛에 맞게 양념장을 넣어 먹을 수 있도록 따로 나간다고 말한다.

국수 위에 회를 얹고 양념장을 올려서 나가면 회에 양념장이 묻어 손님들이 회 상태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만큼 회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실제로 김상훈 대표가 이른 아침에 고기를 잡아 오면 아내인 김분필 씨는 손질을 하는 등 자급자족으로 운영을 하기에 신선함으로 따지면 두 말하면 잔소리다.

한 접시 가득 나온 회를 국수위에 얹고 양념장을 큰 두 스푼을 넣어 잘 비벼본다. 새빨갛게 물들어가는 국수는 양이 얼마나 많은지 비벼도 비벼도 끝이 없다.

한참을 비빈 후 도다리 회와 국수를 함께 집어 한 입 먹어본다. 새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장과 쫄깃한 면발, 탱글탱글한 회 식감이 너무 잘 어울린다.

이 환상의 어울림에는 양념장이 크게 한몫 한다. 며느리도 모르는 비법 양념장을 만들어 20일에서 한 달간 숙성시켜 깊고 진한 맛을 자아낸다.

회국수의 맛에 빠져 후루룩 먹다보니 매콤한 맛이 확 올라왔다. 매콤한 것을 좋아하지만 잘 못 먹는 탓에 땀이 삐질 날 때 국수와 함께 나온 멸치국물을 떠먹어 본다.

음식의 가장 기본이자 빼놓을 수 없는 멸치국물은 단순히 멸치만 넣고 우려낸다고 같은 맛이 나지는 않는다.

멸치는 건식과 습식 숙성, 손질법, 조리방법에 따라 비릿할 수도 담백할 수도 있는데 이 육수는 감칠맛이 더해져 회국수의 페이스 메이커 역할을 해준다.

회국수와 육수를 함께 먹다보니 게눈 감추듯 한 그릇 뚝딱 먹어치웠다. 다 먹고 빈그릇을 보니 억제할 수 없는 식욕과 다이어트의 의지가 오버랩 되면서 만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맛있는 회국수라면 다이어트는 잠시 미뤄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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