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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박계현의 이탈리아 탐방기 (6)바티칸에서 피에타를 만나다
   
바티칸으로 향했다.
‘바티’는 점쟁이, 무당이라는 뜻이다.
점치는 언덕이라고 불리는 ‘바티카누스 언덕’은 오랫동안 신성시 되는 곳이었다.
넓은 광장의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오벨리스크는 칼리굴라가 원형경기장을 꾸미기 위해 AD 37년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것이다.
이 원형경기장에서 베드로가 십자가에 거꾸로 매달려 순교했고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하고 326년에 이 곳 베드로의 무덤 위에 성당을 짓는데 지금 바티칸의 중심이 되는 성 베드로 성당이다.

바티칸 소속 가이드와 연결해서 예약 입장을 하는 행운으로 몇 시간씩 기다리는 수고를 덜고 바로 들어가게 되었다.
관람 순서는 바티칸 미술관으로 들어가서 긴 복도를 지나 성 시스틴 성당을 보고 바깥으로 나오면 다시 성 베드로 성당으로 들어갔다가 광장으로 나온다. 그리고 성 시스틴 성당에서는 촬영과 대화가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입구에서 미리 설명을 듣고 먼저 바티칸 미술관으로 들어갔다.

수 천점의 조각상들이 2,00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만들어진 내공을 뿜고 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 역사 속의 인물들, 동물들, 책에서나 석고상으로만 보던 걸작들이 많이 보인다.
제우스는 다양한 모습으로 만들어져 있고 벨베데레 팔각정원에는 서양미술사에 등장하는 걸작들이 둘러 서 있다.
지성과 태양의 신 아폴로는 나폴레옹 때문에 프랑스로 갔다가 돌아와 멋진 몸매를 자랑하고 서있고 가까이에 뱀들에게 감겨 있는 라오콘이 있다.
트로이에서 아폴로 신전의 제관이었던 라오콘은 목마를 성 안으로 들이는 것을 반대하다가 그리스를 후원하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에게 노여움을 사고 그가 보낸 뱀들에게 두 아들과 함께 죽임을 당하게 된다.
라오콘 조각상은 기원전 100년경에 제작된 작품으로 로마의 공중목욕탕을 장식하고 있다가 행방불명이 되었고 한동안 전설로만 존재하다가 1506년에 포도 농사를 짓는 한 농부에 의해 발견된다.
발견 당시 위로 치켜든 팔 하나가 없었는데 미켈란젤로는 그 팔이 어깨 뒤로 굽어진 모습이다고 주장 하였으나 다른 조각가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팔이 하늘을 향한 모습으로 복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400년 뒤 1957년에 이 팔이 발견되어 제자리를 잡게 되는데 미켈란젤로의 주장대로 뒤로 굽어진 형태였다. 천재의 일화가 덧붙여진 이 조각상은 전쟁에서 승리한 자가 신화로 위장한 기록물일 것이다.

마르스와 아레나, 뮤즈와 동물들, 아우구스투스 등등 특히 제우스와 아레나는 많이 보인다.
말 네 마리가 끄는 이륜차를 타고 광폭한 전쟁을 좋아하는 마르스에 비해서 아레나(아테네)는 평화적이고 전략과 방어의 신이다.
긴 복도를 지나면서 수많은 걸작들을 만났다. 바닥, 기둥, 창문, 천정이 모두 작품이다. 복도의 한쪽에는 관들도 있는데 살아서 자기 관을 만들고 관 뚜껑은 자식이 만들어 덮는다고 한다.
관은 화려한데 뚜껑은 색깔만 맞추고 단순하게 되어있는 관이 있다.
자식이 대략 만든 것이다. 어떤 관은 작지만 관 뚜껑까지 화려하다. 먼저 죽은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일 것이다. 사랑도 내리사랑이라고 하는데 인간이 사는 곳은 다 똑같은 거 같다.

드디어 촬영이 금지되고 침묵해야하는 성 시스틴 성당으로 들어갔다.
중앙 벽면과 천장의 벽화는 거장 미켈란젤로가 자신의 열정과 솜씨를 한껏 발휘한 작품들이다.
벽화는 ‘최후의 심판’으로 시작해서 천장으로 옮겨 간다.
최후의 심판은 천국과 연옥과 지옥으로 구성되어 있고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지역의 인물들 391명이 모델을 했다고 한다. 천장은 천지창조에서 시작하여 아담과 하와의 창조, 노아의 홍수 등 9단 벽화가 그려져 있고 좌우 벽면에는 당대의 유명한 대가들이 그린 모세와 예수의 이야기들이 있다. 교황이 서거를 하면 이곳에서 새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가 열린다.

엄청난 내공의 그림들을 보고 밖으로 나오니 넓게 광장이 펼쳐진다. TV에서 바티칸 소식이 나올 때 자주 보던 곳이다.
잠시 쉬었다가 바티칸의 중심 성당인 성 베드로 성당에 들어갔다. 입구 오른쪽 장막을 열고 들어서니 말로 다 형용할 수 없는 걸작이 감동 그 자체로 다가온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이다. 이 작품이 아마도 바티칸 최고의 걸작일 것이다.
라오콘이 역동적이고 드라마틱한 모습이라고 한다면 피에타는 조용하고 슬픈 이야기가 애잔하게 전달된다.
그 앞에서 가만히 보고 있노라면 깊은 곳으로부터 슬픔이 밀려온다. 시신이 되어 십자가에서 내려진 젊은 예수는 세상의 온갖 짐을 안고 처참하게 죽은 노인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무릎 위에 얹혀 있다. 한 쪽 팔을 축 늘여 트린 채로 고개는 뒤로 쳐져 있고 이런 아들을 안고 있는 어머니 마리아는 한없이 애처롭기만 하다. 억장이 무너져 내려 전신의 힘이 빠진 상태로 아들의 시신을 쳐다보고 있는 마리아의 얼굴은 슬픔에 가득 차 있는 듯 보이지만 처녀처럼 젊게도 보인다. 아마도 동정녀 마리아의 느낌을 표현하려 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신약성서의 이 위대한 장면을 위대하게 표현하지 않고 가장 인간적인 고뇌와 슬픔이 가득 찬 느낌으로 전달하려 했다.
한참이나 머물며 이 고요한 순간의 장면을 지켜보았다. 옆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어디서 왔는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모두들 이 거장의 작품 앞에 숙연하다.

성 베드로 성당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큰 성당답게 원형 돔으로부터 내려오는 빛이 벽화의 수많은 색깔들을 빛나게 하여 전체가 장관을 이룬다. 문맹률이 높은 시절에 이러한 그림과 조각들은 성서의 많은 내용들을 전달하기에 충분했으리라.
밖으로 나와 햇빛 속에서 광장을 바라보고 있어도 조금 전에 본 죽은 자의 이야기가 아직도 큰 감동으로 밀려와 마음은 온통 피에타 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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