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계약비중 35% …조달청 평균 보다 3배 이상 높아

한전케이피에스, 경쟁입찰도 수의계약과 같은 계약률
입찰 장벽 높여 1인 업체 응찰, 다시 수의계약

한국수력원자력에 대한 정부의 ‘수의계약 제도개선 촉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수의계약비중이 높은 상황이 개선되지 않아 ‘수의계약 남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원전산업 특성상 일정비율의 수의계약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기술적 특성이 없는 부문까지 수의계약이 남발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수원의 수의계약 가운데는 유찰을 전제로 한 형식적 경쟁입찰을 거쳐 다시 수의계약하는 "무뉘만 경쟁입찰"도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한수원에 따르면 올들어 현재까지 발주한 각종 계약물량은 모두 1천828건에 달하는데 이 가운데 수의계약 비중은 34.3%인 627건으로 확인됐다. 조달청의 평균 수의계약률이 11%에서 13% 정도를 감안하면세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부문별 수의계약현황을 보면 구매의 경우 전체 1천627건 가운데 경쟁구매 887건, 수의계약 487건 등 수의계약비중은 35.4%로 가장 높다. 용역과 공사의 수의계약비중은 각각 34%, 24.1%로 나타났다.

본지 취재결과 한수원의 수의계약 가운데 처음에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공고했다가 수의계약으로 전환한 케이스가 절반정도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공개입찰은 했지만 입찰 참가자가 1인밖에 없어 재공고입찰에 부쳐도 입찰자 또는 낙찰자가 없는 경우에 해당된다는 이유로 1차 재공고를 하고, 1인 응찰자에게 수의계약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한수원이 처음부터 입찰 참가자격자가 1인밖에 응찰할 수 없도록 입찰참가자격 장벽을 높이거나 까다롭게 해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수의계약 대부분의 계약율이 90% 전후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100%에 가까운 계약도 있는데다 일부 경쟁입찰 물량도, 계약율도 수의계약과 같은 것이 있어 경쟁입찰을 무색케하는 사례도 있다.

한수원은 상시 수의계약 품목 600개를 지정 운영하고 있다. 원전산업의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고, 수의계약업무에 투명성을 부여하기 위해 도입했지만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원전 제어계측 전문기업인 (주)H기업은 올들어 한수원과 7건에 22억원의 구매, 용역 물량을 따냈는데 이 중 4건이 수의계약이다.

지난해는 33건에 56억원에 달하는 물량을 수의계약으로 수주했다. 수의계약 상당수는 공개입찰로 시작했다가 응찰자가 없어 단독으로 수의계약했다.

(주)A사도 올들어 현재 9건에 20억8천222만원의 수의계약을 했지만 이 중 1건만 정상적인 수의계약일 뿐 나머지는 모두 공개입찰 방식에서 전환한 수의계약이다.

한수원은 원전산업 특성과 다소 무관한 일반 용역과 공사부분에서도 수의계약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올해 발주한 폐기물 관련 처리 용역에서 수억원에 달하는 계약물량을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발주했지만 응찰자가 1개 업체 뿐이라는 이유로 수의계약 한 사례도 적지 않다.

한전케이피에스는 올해 19건의 수의계약 271억7천500만원과 7건의 경쟁입찰 173억5천만원의 사업물량을 한수원과 계약했다.

신월성 1호기 RCP 임펠러 완전분해 점검 기술용역을 51억2천479만원에 수의계약 했다. 예정가 56억4천891만원의 90.7%다. 당초 경쟁입찰에 부쳐졌지만 입찰참가자격이 1인밖에 없다는 이유로 낙찰자로 결정된 것이다.

반면 신고리 2호기 RCP 내장품 완전 분해정비용역의 경우는 경쟁입찰로 따냈다.

경쟁입찰로 따냈지만 계약률은 추정가 40억8천157만원의 91.7%인 37억4천363만원이다. 입찰에 나선 업체는 두산중공업 1개사만 응찰했는데 계약률로 보면 수의계약과 같은 수준이다.

원전관련 전문가는 “한수원의 수의계약 비중이 높은 것은 근본적으로 원전의 주요설비와 정비 등이 특정 기업을 중심으로 독점공급화 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독점 공급시스템을 개선하지 않는 개선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의계약 비중을 꾸준히 낮추고 있으며 원전산업 특성과 기술적인 측면에서 일반산업과의 수의계약비중을 동일시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계속해서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인규·손주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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