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부처님이 탄생하신 날이었다. 불기 2562년, 전국의 사찰은 불자들과 일제히 봉축행사를 가졌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 태어난 지 이천 오백년이 지났다.

최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그 유래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 종주국인 인도 등지에서 음력 4월 8일을 석가의 탄일로 기념하는 것에서 유래됐다. 우리나라는 음력 4월 첫 번째 8일을 석가탄신일로 보고 기념하고 있다.

부처님 오신 날이 공휴일로 지정된 것은 1975년 1월 27일이다. 대통령령에 따라 공휴일로 지정되면서 석가탄신일이라는 명칭이 쓰이기 시작했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아기 부처상에 물을 붓는 관욕이라는 의식을 행하고 갖가지 연등을 달아 부처의 탄생을 축하한다. 석가탄신일에서 석가란 '샤카'라는 고대 인도의 특정 민족 이름을 한자로 표기한 것이다.

지난 2월 대한불교조계종을 비롯해 29개 종단으로 구성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는 인사혁신처에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표시된 석가탄신일을 '부처님 오신 날'로 변경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2018년부터 ‘부처님 오신 날’로 공식명칭을 변경했다.

부처님 오신 날은 불가에서 하던 행사였으나 불교가 민중에 전파되면서 민속화 됐다. 특히 신라는 여러 가지 불교 행사가 성행했는데, 무열왕과 김유신 장군이 불교를 호국(護國)의 바탕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에 이전부터 내려오던 전통문화와 자연스럽게 섞여 병존하게 됐다. 이날은 연등놀이, 탑돌이, 성불도 놀이, 만석승 놀이 등 다양한 놀이를 하는 풍습이 있다.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고 극락왕생을 바라는 마음으로 절에 간다. 하지만 불자들 중에는 속세의 티를 벗지 못하고 자비와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등 부처님의 가르침과는 반대로 가고 있어, 진실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무색한 세상이 되어 버렸다.

절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하루 등’이라는 명목으로 ‘연등장사’를 한다. ‘한지등 4만원, 중등 8만원, 대등 15만원, 특등 20만원, 법당 1년 등 8만원’처럼 아예 가격표까지 내걸었다. 심지어 ‘개인연등, 가족연등, 장사연등, 사업연등, 진급연등, 시험연등, 영가연등’까지 판다. 이렇게 드러내놓고 연등장사를 한다면 부처님은 뭐라고 말씀하실까.

연등은 등에 불을 켜 놓음으로써 번뇌와 무지로 가득 찬 어두운 세계를 밝게 비춰주는 부처의 공덕을 기려 선업을 쌓고자 하는 공양의 한 방법이다. 보시공덕(布施功德)은 정성으로 하는 것이다. 돈이 있으면 재물로, 재물이 없으면 몸으로, 몸도 말을 안 들으면 마음으로라도 바치면 된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불자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진실하게 살아야 한다. 불기 2562년 부처님 오신 날, 부처님의 자비가 어둡고 그늘진 우리 사회에 골고루 미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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