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노릇 잘 구운 생선구이 한 마리면 밥도둑이 따로 없다. 하지만 막상 집에서 생선을 구우면 짭쪼름하면서 잘 굽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오늘은 그릴에 구워 불향이 은은하게 배인 생선구이를 먹고자 대잠동에 위치한 청석골(김영자 대표)을 찾아가 봤다.

그러고 보니 제대로 된 생선구이를 사먹기는 난생 처음이었다. 백반집에서 한 가지 생선이 구워져 나오는 메뉴는 먹어 봤지만 여러 생선이 함께 구워져 나오는 방식은 생소했다.

한껏 기대를 하고 자리에 앉자 기본 밑반찬이 나오기 시작한다. 오이무침, 우엉조림, 파전, 콩나물 무침, 데친 머위 잎 등 건강한 자연식 반찬이 한 상을 가득 채운다.

자극적이지도 않고 심심한 편이라 밥이 없어도 절로 손이 갔다. 곧이어 된장찌개와 잘 구워진 생선구이가 나왔다. 비주얼로 봤을 땐 생선구이보다 된장찌개 맛집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구수한 시골 냄새가 나는 된장찌개와는 달리 거무튀튀해 보이는 생선구이 과연 맛있을까? 처음 본 비주얼에 살짝 놀라긴 했지만 나의 의심은 고이 접어 하늘 위로 날려 보낸다.

젓가락을 살짝 갖다 대자 오동통한 살점이 튀어나온다. 예상외의 부드러움으로 몇 번 씹지도 않았지만 입안에서 녹아버렸다.

사실 생선구이에서 퍽퍽한 살점보다는 바삭한 껍질을 선호하는 편이지만 청석골의 생선구이는 육질도 부드럽고 비린내도 나지 않아 곧잘 손이 간다.

생선을 잘 손질한 것도 있겠지만 김 대표가 좋은 생선을 가지고 요리하기에 그 맛은 더욱 배가 된다. 매일 새벽에 일어나 죽도시장 어판장을 간다는 김 대표는 꼭 본인 눈으로 생선을 확인하고 사온다고 한다. 다른 직원을 시킬 수도 있지만 생선구이를 향한 김 대표의 고집인 것이다.

26년간 식당을 운영한 김 대표는 생선에 따라 굽는 방식도 달리해 생선 특유의 맛을 한껏 살려준다. 생선의 수분량에 따라 후라이팬과 그릴에 굽는 것. 그릴에는 수분이 많은 생선을 위주로 구우며, 생선 껍질의 두께에 따라 굽는 시간은 다르다고 한다.

김 대표가 직접 생선을 구우니 이 맛은 청석골이 없어질 때까지 똑같을 것이다.

밑반찬 하나부터 모든 요리에 정성을 넣어 만든다는 김영자 대표는 힘이 닿는데 까지 청석골을 운영하고 싶다고 말한다. 찾아오는 손님 모두에게 건강한 맛을 선사하고 싶은 김 대표는 오늘도 생선굽기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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