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暎根 주필·한동대 특임교수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두 손을 맞잡고 공동경비구역 내의 군사분계선을 서로 넘나드는 장면… 남북 7천만 민족도 마음대로 넘나드는 그날을 상상한 것은 필자만의 과욕일까?

판문점 회담은 한 편의 드라마로 국민들은 그 잔영을 오래 갖고 싶어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미군 주둔 문제’를 갖고 찬물을 끼얹는 문정인 특보 때문에 영 밥맛마저 없어졌다.

식자우환이라든가? 공부 깨나 하였다면 지식인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있어야 하고, 무거운 처신과 깊이 있는 사고로 국가와 민족에 비전을 제시하는 스승이어야 하는데, 하는 일들마다 날라리도 푼수가 있지, 말만 하면 사고를 치고 있다.

그는 지난해 5월 사드 배치에 대해 “절차적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면서 환경 영향 평가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하여 반미세력들에게는 힘을 실어주었지만, 진정으로 나라의 안위를 염려하는 국민들에게는 뒤통수를 친 꼴이 되었다.

무식하지도 않을 것인데 사드를 왜 배치해야 하는지를 진정 몰라서일까?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군까지도 위협하니 한٠미 양국을 다 보호하겠다고 하여 사드를 배치한 것이다. 그런데 왜 이것이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중단하면 한٠미 군사훈련과 전략 자산 전개를 축소할 수 있다.”라고 하여 국민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하였다. 그때는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에 급피치를 올리고 있을 때였다.

또 지난해 9월, 송영무 국방장관이 유사시 북한의 고위층을 겨냥한 ‘참수 부대’ 편성을 말하자 문정인 특보는 “상당히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반박하였다. 참수 부대는 유사시에만 운용하겠다는 것이고, 필요하다면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따위 소리나 하니 송 국방장관이 “안보특보로 생각되지 않아, 개탄스럽다”라고 하였을 것이다.

그런데 참 희한한 것은 문 특보의 주장이 시간이 지나면 어김없이 현실화되었는데, 청와대는 경고니 주의니 하는 헛발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 특보로 하여금 애드벌룬을 띄울 것이 아니라 정정당당하게 정책 설명을 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온당한 처사가 아닐까? 문 특보의 주장이 모두 현실화되고 있는데 말이다.

본인은 부인하고 있지만, 지난달 30일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하였는데 여론이 악화되자 “나는 주한미군 철수를 얘기한 적이 없다”라고 발뺌하였다.

참 웃기는 꼴이다. 그렇다면 지난 2월 “대한민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라고 한 발언의 진의는 또 무엇인가? 자신이 글 쓰고 말한 것까지 자신이 해명하지 못하는 것은 왜인가 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더 놀라운 사실은 지난 17일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문정인이 “동맹관계는 매우 부자연스러운 상태이며 개인적 의견으로는 동맹을 없애는 편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밝혔다는 것이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한 ٠ 미 동맹을 다자 안보협력체제로 전환해나가길 희망한다” 고도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현재의 한국 상황을 ‘고래 싸움에 낀 새우’라고 묘사하고 동맹관계에서 벗어나야만 지정학적 덫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동맹이, 지정학적이 무엇인지 알고나 있는가? ‘동맹체결’은 체결국가가 어느 일방으로부터 침략을 받으면 군사적 지원을 이행하는 국가 간의 약조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가’이고, 중국은 북한과 ‘동맹국가’이다. 그런데 문정인이 이번 인터뷰에서 ‘새로운 안보협력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야만 중국, 미국 두 강대국과 좋은 관계를 맺고, 한국이 번영할 수 있다고 하였다. 참 웃기는 소리를 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심한 견제세력들 가운데 놓여 있다. 통일이 되더라도 주한미군은 반드시 주둔해야 한다. 주한미군이 존재함으로 지극히 몰상식적이고 힘의 외교 행각을 자행하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고,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는 일본의 야심을 봉쇄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구축한 ‘21세기 전략 동맹’을 박근혜 정부가 중국 눈치 보느라 실기하고 말았지만 한미동맹을 더 굳건하게 해야 할 당위성은 한반도의 통일에 어느 나라가 진정성을 갖고 있느냐다.

중국은 “한반도의 평화통일 실현을 지지” 한다고만 한다. 러시아는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때 지지한다”라고 했다. 일본은 공식적으로 ‘지지한다’고만 한다. 미국은 분명하게 말한다. “대한민국 주도의 자유민주주의 통일국가”라고 못 박고 있다.

1962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출범시켰을 때 한국은 1인당 GNP가 83달러, 세계 180여개 국가 중 끝에서 두 번째였다. 오늘 3만 달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가 세계 10번째 경제대국이 된 것은 미국과 동맹관계가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룬 드럼이다.

밥 먹을만하니 눈에 보이는 것이 없는지 고마움도 모르고 주한미군 철수를 부르짖고 있는데, 북한이 남침한 6٠25전쟁 3년 동안, 연인원 175만 명이 참전하여 5만 4천명이 전사하고, 8천 명이 실종되었으며, 10만 3천 명이 부상당하면서까지 우리를 지켜준 나라가 미국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 수호라는 명분 하나로! 미군 철수. 물에 빠진 놈, 건져놓으니 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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