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취재본부 최영열 부장

 

급변하는 국제 정세라고들 말을 하지만 현재와 같은 때가 과연 과거에 있었을까? 생각될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하고 예측할 수 조차 없던 일들이 속속 생겨난다.

한반도를 둘러싼 각국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크게 미국과 중국, 일본, 러시아는 물론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 등등…. 각국의 입장이 모두 다르고 무엇보다 자국 이익을 위주로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주변에 이어지는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모양새다.

그나마 보수 측에선 국민의 입장에서는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미국 정부가 국내 보수층의 우려와 달리 ‘북한의 핵과 미사일, 생화학무기를 폐기하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북한에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때 국내 일각에선 ‘미국 중간선거의 명분 얻기에 급급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내 안정과 안보보다는 선거 이용 전략에 유리하게 북핵 문제를 처리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었다.

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태도 변화의 원인 제공자라고 의심받던 중국의 입장도 예사롭지 않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포커 플레이어(Poker player, 속내를 감추는 승부사)로 부르며, ‘시 주석이 최근 북한의 태도 변화의 원인 제공자’라고 밝히고 언짢은 감정을 표현했다.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이 가관이다.

문대통령이 2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올 때, 중국 왕이 외교부장은 미국으로 급한 발길을 옮겼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미중 간 모종의 조율이 이뤄질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와 관련해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만을 감당해 왔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을 하겠다”고 밝히고 나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태도에 대해 중국 정부에 묻고 싶다. ‘무엇이 긍정적인 역할이며 계속해서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이냐고?’ 그러나 이는 중국의 입장에서, 자국 이기주의를 일컫는 말이 분명하다. 중국의 개입으로 한반도에 주어진 유익은 지금껏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 핵과 미사일을 핑계로 전력을 강화해 나가고 있는 일본을 봐도 중국과 다를 바가 없다.

일본 정부는 한반도 비상사태 발발 시 자국민 철수를 위해 자위대를 파병하겠다고 공공연히 말을 흘리고 있다. 한반도 내에 전쟁이 발발하길 기대하는 눈치다. 이런 나라들을 이웃에 두고 살아가야만 하는 우리의 입장도 난감하긴 마찬가지다.

최근 남북 정세로 인해 통일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 여기던 진보세력은 닭 쫓던 개 모양새가 된 듯하다.

한 때 ‘점심은 평양냉면으로, 저녁까진 백두산 배낭여행을 다녀오겠다’거나 ‘이젠 군대에 안가도 되는 것 아니에요?’를 외치는 청년이 있는가하면, ‘북한 땅에 부동산 투기’를 고민하는 재력가들도 있었다.

통일에는 통일 비용 부담의 어려움과 해결해야 할 남북한 간 언어 및 경제력의 차이, 이질감 해소 등등 당면해야할 문제가 산더미 같지만 이를 저버리고 환상에 빠졌던 이들이 점차 현실로 돌아오고 있는 듯하다. 헛된 꿈은 깨고 현실로 닥쳐 올 문제들에 한 마음으로 철저히 대비해야한다.

김정은의 화해 제스처 이후 남남 갈등이 심상치 않다. 많은 이들이 현실로 돌아오고 있건만 후유증이 적지 않는 모양새다. 평창 올림픽 이후 적지 않은 돈이 북한으로 흘러들어갔으리란 추측도 있다. 또한 유엔이 결의한 대북 제재가 피해 당사국인 남한으로 인해 허물어지고 있다는 우려 또한 무시할 수 없다. 결국 김정은이 모든 것을 얻어내고 전략적으로 승리한 것은 아닌가?

남북 정상의 도보다리위의 대화가 북한만의 승리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의 현명한 대처를 기대한다. 지금은 국제적으로도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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