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교수

뉴욕의 하이라인은 낡은 고가철도로써 맨해튼을 2.5㎞ 가로지른다. 하이라인은 원래 화물운송용으로 지상에 건설되었으나 너무나 빈번한 충돌사망사고 때문에 ‘죽음의 길’로 알려졌고, 이를 피하기 위해 철로를 다시 9m 높이로 올려 건설한 것이다. 그러나 트럭수송능력이 확대되면서 철도수송이 쇠퇴하게 되었고 이 하이라인도 1980년에 마지막 기차가 운행되고 버려졌었다.

하이라인 파크는 철도의 기본골격을 가능한 한 유지하면서, 주변 건축물 및 허드슨 강변의 전망 등과 어울릴 수 있도록 구역마다 특별한 개성을 살리는 방법으로 ‘공중정원’을 건설한 것이다. 하이라인 파크를 방문하는 이들은 다양한데, 세계 최대도시의 일상에서 잠시 아름다운 경치를 보며 휴식을 취하는 뉴요커들, 국내외 관광객들, 벤치마킹차 방문하는 이들 등이다.

미국 보스턴시는 150억 달러를 투자해 도심의 주 간선도로 대부분을 공원화하는 그린웨이 사업을 완성했다. 기존의 고가도로를 들어내고 도로를 지하화하고 지상의 대부분을 그린웨이 공원으로 조성했다. 이곳에서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도로공간을 최소화하고, 조각품, 꽃밭, 분수대, 어린이수영장, 휴식공간, 공연장, 나무숲, 야외 전시장 등을 설치했다.

그린웨이가 들어서면서 도심을 찾는 사람들도 크게 늘었다. 보스톤의 이와 같은 그린웨이 건설은 150년 넘는 세월 동안 이곳 도시계획가와 주민들에게 인상적으로 남아있는 후레드릭 옴스테드(Frederick Law Olmsted)가 메타포적인 표현으로 제안한 ‘에메랄드 목걸이(The Emerald Necklace)’ 같이 보스톤을 휘감아 도는 녹색공원 건설의 실천이었다.

서울로는 1970년, 자동차를 위해 지어진 고가도로를 2017년에 사람을 위한 보행길로 바꾼 도시재생사업이다. 45년 동안 서울의 동서부를 잇던 서울역고가도로는 2015년 안전등급 D를 맞고 철거위기에 놓였지만, 2017년 시민들에게 도심 속 녹지와 보행의 기쁨을 제공하는 서울로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공중공원이자 보행로인 서울로는 간혹 혈세 먹는 콘크리트흉물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도심재생의 새로운 모델이라는 평가를 크게 받고 있다.

‘포항 그린웨이’는 2016년부터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갔는데, 대표사업인 폐철도부지 도시숲 조성사업은 1~2공구인 효자교회~이동고가차도 2.1㎞를 2018년 5월에 개통했고, 3공구인 이동고가차도~서산터널 2.2㎞를 7월중 개통해 총 길이 4.3㎞, 면적 12만㎡에 이르는 대규모 도시 숲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한 포항시는 ‘녹색브랜드 포항 Green Way 장미로 디자인 하다’라는 슬로건 아래 영일대해변과 주요 도로변에 다양한 품종의 장미를 식재하여 여유공간이자 힐링공간을 연출하고 있다. 포항시는 이러한 사업들을 통해 시민들의 호응을 얻으며 포항시의 회색빛이미지를  친환경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사업은 포항시가 지난  시절  철강산업도시로  대표되던  단순한  경제산업 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나  문화, 자연,  그리고  인간이  어우러진  복합체  도시로  개발한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의  ‘형산강 프로젝트’, ‘해양관광 활성화사업’ 등과 연계해서 포항시는 생태적 녹색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시민들에게 문화공간과 여가공간을 제공할 것이며, 이를 통해 도심경관향상, 도시열섬현상  및 소음완화, 대기질 정화 등을 이루어 도시의 경쟁력을  높여나갈  예정이다.

포항 그린웨이 사업은 종합적인 면모를 지녔으면서도, 폐철도부지를 그린웨이로 조성하는 상징적인 사업으로부터 출발하므로 시민들이 좀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 있고 대외홍보와 브랜드화도 용이하다고 생각된다. 이 사업은 도심녹지와 공원이 부족하고 스포츠, 레크리에이션, 산책로 등의 공간이 부족한 포항시로서는 가장 필요한 사업이며, ‘철강산업도시 포항’ 을 역설적이면서도 보완적으로 꾸며줄 사업이며, 이를 통해 포항을 브랜드하고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이 포항 그린웨이 사업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 서울로 등과 같이 이미 해외에서 벤치마킹 대상으로 인지되고 있다.

포항 그린웨이는 그 코스의 연결 및 조경만이 아니라, 전망대 설치, 지역명소 연결 등을 통해 관광코스를 겸하도록 조성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이를 이유로 비도시화 지역의 자연이 역으로 지나치게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지자체 및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망된다. 또한 이 사업의 추진을 통해 포항시를 환경친화적이며 생태적인 도시로 바꾸어 가도록 힘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시가 좀 더 압축적이고, 보행자 및 공공교통이 중심이 되고, 보전과 개발이 조화를 이루고, 녹지대와 수림대를 통해 자연과의 공생이 이루어지고, 경관과 어메니티(Amenity)가 창출되는 공간을 창출해냄이 중요하다. 물론 이를 위해서 도시기본계획, 환경기본계획, 경관기본계획 등 관련 상위계획들과의 협력이 필요하고, 건물허가과정에서의 공조가 필요하다.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하더라도 시민, 시민단체, 학계, 산업체 등 지역 주요구성요소들이 힘을 합쳐 추진해야 하는 사업이므로 이에 대한 추진체계의 확립도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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