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특·한학자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였던 순자(荀子·荀卿)는 조(趙)나라 사람으로 성악설(性惡說)로 유명하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성품이 악(惡)했다. 너무나 이기적이고, 좋은 것은 탐하고 남의 것을 뺏으려 하며, 욕심을 부린다고 해서 교육을 시키지 않고 그대로 두면 모두가 악하다고 주장을 했다.

그러므로 선천적으로 악하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교육을 통해서 선(善)해진다고 역설해 괴짜 학자로 유명하다.

그의 제자 중에 진시황 때 승상을 지낸 이사(李斯)와 한비자(韓非子)가 있다. 이사는 출세한 후 그의 선생 순자의 책을 모두 불태워버렸다. 남의 주장과 사상은 모두 믿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해 소유하거나 존재가치가 없다고 생각해 없애버렸다.

실제로 높은 자리에 앉고 보니, 허망한 것이 많아서 쓸모없다고 불태워 없애 버린 것이다. 예치(禮治)와 법치(法治)를 위해서는 필요한 요건만을 가지고 정치를 하면 백성들은 따라온다는 이념으로 진시황에게 등용된 것이다.

천하를 통일하고 난 후에 나라를 잃은 제후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진(秦)나라 말을 듣지 않게 되자 당시 제후들 나라에 있던 책과 문서들을 한군데 모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리고 진시황제의 말을 따르지 않는 학자들을 모아서 생매장시켰다. 지나간 과거는 모두를 부정하고 자신의 주장만이 옳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었다. 과거는 없고 현재만이 있을 뿐, 미래도 없는 유아독존 철학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이 바로 유명한 분서갱유(焚書坑儒)사건이다. 과거를 불태워 지워버린 것이다.
이 같은 정책은 모두가 자신의 스승인 순자(荀子)의 이념인 것이기에 자신의 뜻에 맞지 않으면 전부 멸해 버리는 원칙아래 이루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사(李斯)는 자신도 비참하게 죽고 진(秦)나라마저 망하게 되었다.

자신은 옳고 남의 것은 모두 나쁘다는 것은 위험한 사고다. 국민 개개인은 물론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도 내로남불이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서 교훈을 찾기 때문이리라. 욕심만 있고 실력도 없으면서 회사나 어떤 조직에서 폼 잡는 사람, 더 나아가 나라를 다스리는 고집불통의 정치인들 때문에 흥망성쇠의 역사가 반복해서 이뤄지고 있다.

군(君)은 이민위천(以民爲天)하고 민(民)은 이식위천(以食爲天)의 철학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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