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전인 예기(禮記)에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고사가 나온다.

춘추 시대 말엽, 공자의 고국인 노나라에서는 조정의 실세인 대부 계손자(季孫子)의 가렴주구로 백성들이 몹시 시달리고 있었다. 어느 날, 공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태산 기슭을 지나가고 있을 때 부인의 애절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이 발길을 멈추고 살펴보니 길가의 풀숲에 무덤 셋이 보였고, 부인은 그 앞에서 울고 있었다. 자비심이 많은 공자는 제자인 자로에게 그 연유를 알아보라고 했다. 자로가 부인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부인, 어인 일로 그렇듯 슬피 우십니까?” 부인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더니 이윽고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는 아주 무서운 곳이랍니다. 수년 전에 저희 시아버님이 호환(虎患)을 당하시더니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한테 잡아 먹혔답니다.”
“그러면 왜 이곳을 떠나지 않으십니까?”
“하지만 여기서 살면 세금을 혹독하게 징수 당하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지요.”
자로에게 이 말을 전해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잘들 기억해 두어라. ‘가혹한 정치는 호랑이 보다 무섭다’는 것을.”

정부가 내년에도 예산을 확장적으로 편성할 의지를 내비침에 따라 450조원이 넘는 '슈퍼예산'이 편성될 것이 확실해졌다. 특히 정부지출 확대를 이끌어온 복지·고용·국방 등 분야에서 예산 증가가 계속될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31일 열린 '2018년 국가재정전략회의' 중 중기 재정운용 방향을 논의하는 첫 세션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과 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총지출 증가율을 보다 적극적으로 설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에도 '2019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지침'에서 "저출산·고령화 등 미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재정을 당초 계획(5.7%)보다 확장적으로 운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2017~2021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밝힌 2019년 예산증가율 5.7%는 대폭 상향 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도 본예산 428조8000억원에 5.7% 증가율만 적용해도 내년도 예산은 453조2400억원이 된다. 460조원에 육박하는 슈퍼예산이 편성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해마다 늘어나는 세금으로 국민들이 체감할 고통이 올해는 얼마나 클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국민들의 입에서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못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게 해서는 안 된다.

위정자들이 국민들에게 세금 부담을 가중시키는 것은 하늘인 국민을 위하는 정치가 아니다. 지나친 세금부담으로 인해 국민의 한숨 소리가 들리지 않는 정치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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