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정상회담이 하루를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이하 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 샤를부아에서 8∼9일 이틀간 열리는 G7 정상회의 일정 도중 싱가포르로 향했으며, 김정은 위원장도 10일 오전에 전용기를 타고 평양에서 이륙했다.

북미 정상은 각각 12일 오전 9시 센토사섬 카펠라호텔에서 역사적인 담판을 벌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G7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수백만 명의 마음을 담아, 평화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다. 우리는 비핵화를 하고 무엇인가를 이뤄내야 한다”면서“북한을 위대하게 만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단 한 번의 기회”라고 말했다.

미북 정상이 만나서 세계평화회담인 북한의 핵 폐기에 대해 초읽기 돌입한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6.13지방선거판을 보면 조금도 극단의 좌파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누구는 좌익이다’ 는 말은 서양 중세에서 ‘누구는 마녀다’는 말과 같은 정도의 효과를 발휘해왔다. 선악의 이분법이 분명한 기독교 세계관에서 한 인간에 대해 마녀라는 평가가 내려지는 것은 형사 재판에서 사형 선고가 내려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최근 좌파논쟁이 우리 사회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는 현상을 보면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소위 우리 사회의 좌우익 대립이라는 이념적 갈등은 세계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단적 양태를 보여 왔다.

첫째 이념의 다름으로 인해서 남북이 갈렸고, 둘째 그 다름을 하나로 통일하기 위해 동족 간 치유하기 힘든 전쟁이 일어났으며, 셋째 분단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의 이념에 양립할 수 없는 사람들에 대한 남북의 극단적 반응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좌파라 함은 자유주의를 벗어난 신념과 정책을 추구하는 세력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현재 미국 사회에서 좌파적이라고 할 때는 자유주의 안에서 국가의 간섭을 어느 정도 허용할 것인가에 그 초점이 달려 있다면, 우리 사회에서 좌파라 하면 자유주의를 포기하고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세력을 지칭하는 용어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일반 국민에게 좌파 혹은 좌익이라는 말은 해방 후 좌우 대립이라든지 이후 남북 간 대립을 연상시킨다. 사정이 이러하니 우리 사회에서 좌익이니 좌파니 하는 말은 국민 모두가 나서서 막아야 하는 적대 세력으로 인식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음에 들지 않은 세력이나 집단에 대해서 좌파적이라는 공격만큼이나 유효한 것이 없다. 자유주의나 자유 민주주의의 이념 안에서 어떤 대안을 제시해도 그것을 좌파적이라고 말하면 그것은 곧 자유주의라는 절대적 기준에 위반하는 것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극단적인 죄파 논쟁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