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미술 1세대 작가로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에 큰 자취를 남긴 초헌(草軒) 장두건(張斗建) 화백은 1918년 포항시 흥해에서 태어나 일본 명치대학 전문부 법과를 졸업하고 해방 후 교편생활과 화가를 병행하다가 1956년 파리 유학길에 올라 본격 화가의 길을 걸었다.

귀국한 뒤 작가와 교육자로 후진 양성에 헌신했으며, 주요 미술단체를 결성하고 후원하는 등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기여하시다가 지난 6월 2일 향년 97세로 별세했다. 그의 작품은 눈에 보기에 평이해 보이지만, 탄탄한 구성의 미가 느껴진다. 꽉 짜여진 화면 구성 속에 윤곽선이 두드러지는 형태는 장두건 화백만의 독자적인 화풍이다.

왜곡과 변형, 섬세한 필치, 투명한 색감, 특유의 마티에르 등이 특징을 이루며 한국 구상미술의 독보적인 자리를 지켰던 장 화백은 프랑스 유학 현대미술 1세대로 전통 아카데즘이나 인상주의, 그리고 입체파 등의 영향을 받았으나 이를 뛰어넘어 사실주의 화풍을 독자적 양식으로 일궈냈다.

장두건 화백이 그린 많은 작품들은 개작되어 재완성된 작품이 많으며,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패기처분 시켰다고 한다.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시각으로 이미 선보였던 작품들을 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엄정한 잣대를 지닌 프로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작가정신이 그 누구보다 투철한 원로화가이자 지역의 자랑이며, 한국화단의 거목으로 우뚝 선 초헌 화백이 포항출신인 것 자체가 자랑할 만한 일이다.

초헌 화백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포항시립미술관 등에서 다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특히 2009년 포항시립미술관 개관 시 작품 50점을 기증했으며, 지난 2월에는 작품 19점와 작업도구를 비롯해 각종 자료 1천여 점을 영구 기증한 바 있다.

포스코갤러리는 ‘故 장두건 화백 탄생 100주년 기념 이형회 작품전’을 오는 7월 12일까지 열고 있다.
이형회(以形會)는 장두건 화백이 창립하고 각별한 애정으로 작고 시까지 회장을 맡아 활동하던 미술단체다. 올해로 35회 정기전을 맞이한 이형회 전시는 매년 서울, 인천, 일본, 대구 등에서 작품전을 선보였으며, 2003년 포항지역 전시 이후 고 장두건(초대 회장) 화백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며 두 번째 포항시민들에게 선보이게 됐다.

故 장두건 화백의 고향인 포항에서 의미 있는 순회전이 개최되어 한국미술의 발전과 포항화단을 발전을 위해서 뜻 깊은 전시회가 될 것으로 본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포항시민이 장두건 화백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고, 지역 화가들이 더욱 작품 활동에 천착하여 초헌 장두건 화백을 뛰어넘는 화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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