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미·북 회담에서 합의문을 발표했다. 미북 간에 합의한 내용은 4개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미·북 관계 수립, 둘째는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평화 구축, 셋째는 완전한 비핵화, 넷째는 미군 전쟁포로·실종자 유해 즉각 송환 등이다.

그런데 이 합의문에 많은 국민들과 언론들이 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고 합의문을 쓰레기 정도로 저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로 합의문 속에 핵 폐기 時限(시한)과 CVID라는 핵 폐기 원칙이 명확히 담기지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북한이 늦어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2020년 말까지 모든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을 폐기하겠다고 약속하고, 그 약속 이행을 검증할 사찰에 동의한다는 내용이 반드시 담길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각종 언론들은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서 ‘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의 속임수에 당했다. 북한이 완전한 승리했다, 핵문제는 북한이 주도권을 잡았다, 한미동맹에 문제가 생겼다, 트럼프에 배신감 느낀다. 중국도 이익을 얻었다, 북한은 이스라엘처럼 사실상의 핵보유국가가 될 것이다.’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위 합의된 4개 항목은 앞으로 트럼프와 김정은이 함께 진전시켜야 할 상호 의무를 지는 ‘가이드라인’이고 ‘반드시 수행해야할 임무’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는 합의서가 이행될 때까지 지속되기 때문에 북한 김정은은 합의서를 반드시 이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합의한 미·북 관계 수립은 미북 간에 정상적인 국가 간에 이뤄지는 외교채널이 열림을 뜻한다. 또한 ‘진영 체인지’(Bloc Change)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을 중국-러시아 블록에서 미국 블록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로 합의한 한반도의 지속적이고 안정적 평화 구축은 한반도에 전쟁의 위험을 제거하여 한반도가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 대한민국과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유지하면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을 1순위로 보호해야 하고, 이렇게 되면 김정은과 결별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는 대중국 포위망 구성에도 필수 조건인 것이다.

세 번째로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 다짐에 대해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핵폐기를 우선순위 첫 번째 두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우선순위가 세 번째인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망하면서 트럼프를 비난하는 것이다. 그러나 미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국익을 우선하는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이 북한 김정은의 손 안에 쥐어진 핵을 강제로 빼앗거나 해체하려면 전쟁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협상을 통해 해체하려면 김정은과 가깝게 친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가장 먼저 신뢰와 친밀감으로서 상대방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 이 때문에 합의문 제1항으로써 미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사이에 소통라인을 형성되고, 미북 간에 대사급 외교채널이 이루어 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싱가포르 회담에 참석한 김정은은 미국에 항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쿠데타가 염려되는 평양을 2박3일이나 비우는 것은 참으로 내키지 않는 일이었을 것이다. 또한 멀리 싱가포르에까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중국 비행기를 빌려 타고, 중국 시진핑의 눈치를 보는 것도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이지만, 미 트럼프 대통령의 강압이 없었다면 절대로 택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같이 북한 김정은이 이 모든 위험과 수모와 불편을 감수했는데, 이는 곧 미국에 항복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미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사람들은 북한 감정은이 미국에 항복한 사실을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 트럼프 대통령은 항복한 김정은을 통해 그가 이루고자 하는 것을 충분히 이룰 수 있는 여건들을 마련해 놓았다. 합의서가 중요한 것이라면, 1992년에 가장 완벽하게 만들어 졌다는 남북기본합의서는 왜 휴지조각이 돼 버렸고, 2005년 9.19에 작성된 완벽에 가까운 합의서는 왜 휴지조각이 되었는가. 싱가포르에서 만들어진 미북합의서는 곧 북한 김정은의 항복문서임을 알아야 한다.

적대관계에서 친구관계로 전환하는 과정에 합의서에 CVID라는 글자를 적어 넣어야 하거나, 북한을 대상으로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매우 적절치 않다.

북한은 미국의 군사훈련, 전력자산 전개, 핵우산제공, 주한미군, 한미군사동맹이 북한체제를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체제보장을 미국에 요구한다. 핵을 폐기하는 대신 미국도 북한이 바라는 것을 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핵무기가 제거되더라도 미국이 우리 대한민국을 포기하면, 금방 적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이론을 부정할 사람 아마 우리 대한민국 애국자들 중에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북한이 싱가포르 합의문을 지키지 않으면 미국에 의해 북한은 사라질 것이다. 현재 남북한이 미국에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이 종전선언-평화선언이다. 그런데 트럼프가 그것을 해주면 북한체제는 담보가 되는데, 남한체제가 풍전등화처럼 위협을 받는다. 북한은 북한체제를 위협하는 존재가 미군이라고 확실하게 정의했다.

반면에 우리 대한민국체제를 위협하는 존재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정리되고 합의돼 있는 이론이 우리에겐 없다. 아마 우리 대한민국에서 기생하면서 북한을 조국으로 여기고,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않았어야 하고, 미군을 내보내고 국보법을 폐기시키려 하고, 적화통일도 좋다는 집단이 우리 대한민국 체제를 위협하는 존재일 것이다. 이에 대한 우리의 대안이 없으니 실로 막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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