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 계산성당 주임신부

요즘은 운전하기가 참 편하다. 생소한 곳을 가더라도 내비게이션(나비양)이 알아서 길을 잘 안내한다. 그래서 처음 가는 길도 두렵지 않다. 하지만 단점도 있다. 자주 가던 길도 내비게이션이 없으면 헤맨다는 사실이다.

길을 물을 때가 있다. 내가 가야할 길이 어디인지, 내가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길을 물을 때가 있다. 단순히 어떤 목적지를 향하는 길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궁금해서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의 모습이, 내가 삶의 여정을 걸어가고 있는 삶의 모습이 제대로 된 것인지 그 길을 묻는 것이다.

군중이 요한에게 길을 묻는다. ‘그러면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그에 대한 세례자 요한의 답은 명확하다. 바른 길에서 벗어나지 말라는 것이다. 과욕을 부리지 말라고 한다. 집요하게 집착하지 말라는 것이다. 겸손해야 함을 잊지 말라고 당부한다.

요한의 가르침은 오시는 주님, 구세주가 사랑으로 오시는 분임을 알려주는 서론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들은 혹시나 한다. 세례자 요한이 오시기로 되어 있는 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묻는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요한은 답한다. 그러나 나는 ‘요한이다’라고 하지 않고 있다.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준다. 그러나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오신다.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고 답한다.

요한은 자신의 존재가 스스로를 위한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 다가서기 위해 노력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면서 요한은 자신의 뒤에 오시는 분! 메시아가 어떤 분이신가를 덧붙여 설명해주고 있다.

‘그분은 손에 키를 드시고 당신의 타작마당을 깨끗이 치우시어 알곡은 당신의 곳간에 모아들이시고 쭉정이는 꺼지지 않는 불에 태워버리실 분’이라고 한다.타작마당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타작마당은 교회이다. 우리 자신이 타작으로 열매 맺어야 할 곡식이다. 곳간은 하느님 나라이다. 그리고 들판은 세상이다.

주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을 거두어들여 교회의 타작마당에 모으실 것이다. 때가 되면 여기에서 사람들은 갈라지게 된다. 그때 우리가 곳간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세례자 요한의 가르침과 안내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세례자 요한은 세상이 주는 그 많은 가치들, 손 안에 움켜쥐고 놓고 싶지 않은 그 많은 것들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그리고 주님께 나아가는 길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옷을 두 벌 가진 사람은 못 가진 이에게 나누어 주어라. 먹을 것이 있는 사람도 그렇게 하라. 정해진 것보다 더 요구하지 마라. 아무 것도 강탈하거나 갈취하지 말고 너희 봉급에 만족하라고 한다. 세례자 요한은 모든 계층 사람들에게 알맞은 답을 한다.

그의 충고에는 한 가지 정신이 숨어 있다. 그것은 사랑을 실천하라는 것이다.
모든 직업, 모든 연령, 모든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랑이 나누어져야 하고,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은 완전한 덕이다. 완전한 덕은 모든 것을 앞서야 한다. 자기 자신의 음식과 옷마저 나누라고 해서 내 모자람을 마땅히 각오하고 희생하라는 것은 아니다.

사랑의 깊이는 인간 조건에 따라, 능력에 따라 다를 수 있을지라도 아무도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세상의 어느 것도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보다 앞서는 것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물이나 명예, 직분, 욕심에서 나를 많이 비우고 그 자리에 사랑이신 주님을 모셔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그게 주님의 길이 되는 것이고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한 사랑의 길을 만드는 것이다.

남아서 흘러 넘쳐서가 아니라 주님이 사랑이시기 때문에 우리도 사랑을 나누는 것이다. 작은 정성일지라도 그것이 주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나누어질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 신앙인들이 삶의 주제여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고 실천되어져야 할 사랑의 몫이다.

그런 마음이 사랑의 길을 만들어 놓아야 그 길을 통해 또 다른 사람, 이웃이 사랑으로 오시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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