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이유…친박·비박 계파 갈등 재현 조짐

20대 국회 원내 최다선(8선)의원이자 ‘친박(친 박근혜)계 맏형’으로 불리우는 자유한국당 서청원 의원(75·사진)이 20일 탈당을 선언했다.

서 의원은 이날 ‘평생 몸담았던 당을 떠나며’란 입장문을 통해 “총선 패배 이후 벌써 2년여 동안 고민해 왔다. 이제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며 “눈물은 흘리지 않겠다. 마지막 소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서 의원은 “‘노병은 결코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고 했다. 저도 마찬가지”라며 “이제는 제가 당에 도움을 드릴 수 없기에 조용히 자리를 비켜드리겠다”고 했다.

서 의원은 “당은 해체 위기에 몰렸다. 무기력하게 폐허에서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국가는 계속 살아야 하고, 국민은 오늘도 어김없이 살림을 해야 하고, 보수정당도 다시 살려내야 한다”며 “건강한 보수정당은 나라의 기둥이고, 국민의 기댈 언덕으로 그 역할을 다시 수행할 수 있도록 이번에야 말로 건강하게 거듭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보수 위기 해법으로 “‘실종된 정치’가 복원돼야 한다”며 “정치가 실종된 빈 자리에 오만, 독선이 자리 잡고 독주가 횡행한다”고 진단하고 아울러 “저를 포함한 정치인 모두의 책임”이라며 “보수의 가치를 제대로 지키지 못해, 국민의 분노를 자초한 보수진영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 진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덧붙였다.

친박·비박 계파 갈등 재현 조짐을 탈당 이유로 내세운 서 의원은 “한국당이 다시 ‘불신의 회오리’에 빠졌다. 아직도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친이’ ‘친박’ 분쟁이 끝없이 반복되며 한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역사에 기록될 비극적 도돌이표”라며 “제가 자리를 비켜드리고자 결심한 결정적 이유”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결국 ‘친이’ ‘친박’ 분쟁이 두분 대통령을 감옥에 보내지 않았느냐. 역사는 그렇게 기술될 것”이라며 “이제 연부역강(年富力强·나이가 젊고 힘이 셈)한 후배 정치인들이 정치를 바로 세워 주시고,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열어주시길 간곡히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한편, 일간지 기자 출신인 서 의원은 전두환 신군부 집권 시절이던 1981년 당시, 관제야당으로도 불렸던 민한당 후보로 제11대 국회에 입성했으며, 1991년부터는 김영삼(YS) 전 대통령이 이끈 상도동계에 몸을 담아 지금까지 한국당 계열 정당인으로 활동해 왔다.

서 의원이‘친박계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지난 1998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국회의원 재보선에 출마할 당시 서 의원은 한나라당 사무총장으로서 공천에 관여했고, 2002년 박 전 대통령이 '이회창 리더십'에 반발, 한나라당을 탈당했을 때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서 의원의 탈당으로 한국당 의석수는 기존 113석에서 112석으로 줄어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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