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시립미술관은 장두건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삶은 아름다워라!(La Vie en Rose)’와 제13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정지현 전시 ‘그 사람들(The People)’을 개최한다. 전시는 6월 12일부터 9월 9일까지 열리며, 개막행사는 오는 21일 오후 5시 미술관 로비에서 열린다.

장두건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 ‘삶은 아름다워라!(La Vie en Rose)’는 지역미술의 근간을 이루는 초헌 장두건(草軒 張斗建, 1918~2015) 화백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이다. ‘삶은 아름다워라!’는 초헌 장두건 화백이 구순(九旬)을 기념해 발간한 동명 전기(傳記)의 제목을 차용했다.

그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이 제목은 일평생 화업에 매진하여 독자적인 화풍을 일군 장두건 화백의 삶과 예술세계를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전시되는 작품은 회화, 드로잉을 비롯한 작가 대표작품 90여 점과 작가의 아카이브 50여 점이며, 제1, 2 전시실에는 회화작품을 선보이고 초헌 장두건 상설관에는 드로잉 작품을, 3전시실에는 아카이브를 제시한다.

특히 아카이브 섹션에는 작가로부터 기증받은 자료에서 발견한 미공개 드로잉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대표작품 90여 점은 포항시립미술관 소장품과 국·공립 미술관 대여 소장품, 그리고 유족이나 일반인들이 소장해온 작품들로,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나아가 숨겨진 포항미술의 역사를 돌아보며 지역의 고유한 문화콘텐츠를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장두건미술상’은 포항 미술문화의 초석을 이루고 한국미술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초헌 장두건 화백의 예술 업적을 기리고 지역 미술문화 발전을 위해 제정하여 운영하고 있다.

2005년부터 전 장르에 걸쳐 매년 공모를 통해 우수한 포항 지역작가를 배출해온 장두건미술상은 2016년부터 대구·경북으로 응모범위를 확대해 미술상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미술상 수상작가를 선정한 그 이듬해 포항시립미술관에서는 개인전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2017년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 정지현(1979년생)은 종이와 목탄이라는 단순한 재료를 사용해 사회적, 정치적 현실로서 존재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업 역시 그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정지현은 현대회화의 주제에서 벗어나 있는 대상, 즉 농촌 풍경과 그 풍경의 진실을 대변하는 사람들에 관해 이야기한다.

각각의 장면을 연출하고 있는 이들의‘일(work)-상(image)’이 구현하는 일상은 모두의 일상이 아니다. 탄생과 생존을 위해 치열했던 신들의 갈등이 저 멀리 아득한 기억처럼 존재하듯 그곳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화폭 위에 신화처럼 모습을 드러낸다.

초헌 장두건 화백은 일본을 통해 서양의 문물을 받아들이던 사회의 격동기에 성장기를 보냈다. 그는 화가로 입문한 뒤 일본 유학을 통해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했다. 사십대 후반에는 프랑스 유학을 하면서 화가로서 폭넓은 경험을 한 우리나라 서양화 역사의 산증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눈에 보기에 평이해 보이지만, 탄탄한 구성의 미가 느껴진다. 꽉 짜여진 화면 구성 속에 윤곽선이 두드러지는 형태는 장두건 화백만의 독자적인 화풍이다.

장두건 화백이 그린 많은 작품들은 개작되어 재완성된 작품이 많으며, 스스로에게 만족스럽지 않을 경우 패기처분 시킨다. 타인의 평가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시각으로 이미 선보였던 작품들을 개작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작품에 대해 그 누구보다도 엄정한 잣대를 지닌 프로정신이 있기에 가능하다.

작가정신이 그 누구보다 투철한 원로화가이자 지역의 자랑이며, 한국화단의 거목으로 우뚝 선 초헌 화백의 미술상을 받는 것 자체가 명예로운 일이다. 2018년 ‘제14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류현민 작가에게 미술애호가의 한 사람으로서 진심으로 축하를 드린다.

‘초헌미술상’에서 ‘장두건미술상’으로 개칭된 이후 세 번째로 실시한 이번 공모는 지난 8일 포항시립미술관 회의실에서 지원 작가들의 프레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통해 엄정한 심사가 이뤄졌으며, “장두건미술상 의미에 부합하는 작품으로 실험정신이 뛰어나고 그 기량이 우수해 장두건미술상 수상작가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에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선정했다”고 한다.

한국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구상화가이자 포항미술의 초석을 이룬 초헌(草軒) 장두건 화백(1918~2015)의 예술정신을 기리고 지역미술발전을 위해 2005년 제정된 장두건미술상은 그 변모를 꾀하며 2016년부터 미술상 수상작가 대상지역을 포항에서 영남지역(대구·경북) 전체로 확대함에 따라, 지난해 제13회 정지현 수상작가에 이어 영남지역에서 활동하는 류현민 작가가 제14회 장두건미술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중앙대학교에서 사진을 전공하고 런던 슬레이드 스쿨 오브 파인아트(Slade School of Fine Art)에서 미디어아트 석사학위를 받은 류현민 작가는 개념미술이 모더니즘 미술의 권위와 형식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술의 도래를 시도했지만 개념미술의 메아리는 유토피아적 도전에 불과했던 점을 비판하고 동시대미술가로서 사진 작업의 영역을 영상으로 확장해 자신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인류의 진보를 가져온 실용성과 효율성에 대한 작가의 자기반성적 고백이 의미 없고 소극적인 행위의 반복을 통해 드러나는데, 이는 자연(또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성에 대한 작가의 세밀한 관찰에부터 시작된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삶을 자연과 인간의 관계성을 통해 모색하려는 작가의 태도와 치열한 조형적 탐구 정신이 초헌 장두건 화백의 예술세계와 맞닿은 면이 있다.

시상식은 오는 22일 오후 5시 포항시립미술관 장두건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삶은 아름다워라!’개막식에서 개최되며, 장두건미술상 수상자에게는 포항시장의 상패와 장두건미술상 운영위원회의 창작지원금 700만원, 그리고 2019년 포항시립미술관에서의 개인전 기회를 준다.

류현민 작가는 이번 수상을 계기로 더욱 작품 활동에 천착하여 장두건 화백을 뛰어넘는 화가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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