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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부용의 시네톡] 아름답고도 잔혹한 이야기, 당신의 선택은?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이부용 문화기획팀장
   
"어떤 이야기가 더 마음에 드나요? 이건 이제 당신의 이야기입니다."

수많은 해석을 낳으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감독 이안)는 액자 구조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가 진행된다.

작가가 소설을 쓰기에 마땅한 소재가 떠오르지 않아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한 노인을 만나게 된다. 노인은 작가에게 캐나다에 살고 있는 자신의 조카 ‘파이 파텔’을 찾아가면 모든 것이 해결될 거라고 한다. 파이를 만난 소설 작가는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파이는 어릴 때부터 많은 종교를 접했다. 힌두교, 기독교, 이슬람교를 모두 믿는 열여섯 살 소년 파이는 동물원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동물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호랑이와 친해지고 싶었던 파이는 몰래 호랑이에게 먹이를 주러 갔다가 아버지에게 혼난다. 그는 맹수의 위험성을 아들에게 알려주기 위해 살아있는 산양을 호랑이 앞에 갖다 두고, 파이는 이상이 아닌 본능만이 충실한 현실의 장면을 목격한다.

1970년대 후반, 인도의 상황이 불안해지자 가족들은 동물들과 함께 캐나다로 이주하기로 한다.
배 안에서 배식을 하던 중 채식주의인 파이의 어머니와 주방장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생긴다. 그날 밤, 폭풍우가 몰아치고 배는 침몰한다. 파이가 탄 구명보트에는 하이에나와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이 타게 된다. 바나나 더미와 함께 암컷 오랑우탄 한 마리가 떠내려 와 구명보트에 합류한다. 하이에나는 다리가 부러진 얼룩말을 죽이고, 오랑우탄마저 죽여 버린다. 하지만 구명보트에 숨어 있던 뱅골 호랑이 '라차드 파커'가 하이에나를 죽이면서 배에는 파이와 호랑이, 단 둘만 남게 된다.

전체적인 맥락은 바다 한 가운데에서 한 소년과 뱅골 호랑이가 표류된 경험담이다.

배 침몰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온 직원들은 황당한 이 이야기를 믿지 못한다. 그들은 회사에 보고를 해야 할 좀 더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파이의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구명보트엔 파이와 주방장, 불교 신자의 선원, 파이의 엄마까지 총 4명이 탑승했다. 배에 올라타는 중 불교신자가 다리를 다쳤고, 결국 죽은 그의 시체를 주방장이 낚시 미끼로 쓴다. 주방장이 파이의 엄마를 살해하고, 파이도 주방장을 죽이게 된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언급했던 호랑이는 파이, 하이에나는 주방장, 오랑우탄은 파이의 엄마, 얼룩말은 불교 신자의 선원이다.

이 영화에서 이름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주인공의 이름이 왜 '파이'인지 살펴봐야 한다. 파이는 원주율(Pi)를 뜻한다. 파이는 3.14 라는 유한의 숫자가 아니라, 3.14…… 무려 200만 자리가 넘는 무한의 숫자이다. 파이의 실제 이름은 피신 몰리토 파텔이다. 픽신(Piscine)이 자신의 이름 때문에 친구들에게 오줌(Pissing)이라고 놀림을 받았고, 파텔은 본인의 이름을 줄여 '파이'라는 애칭을 만들었다. 그 후 파텔은 Pie(파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파이는 ‘무한’한 생명력으로 망망대해에서 277일간의 표류 끝에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는 것을 예견한다.

호랑이 ‘리차드 파커’는 원래 다른 이름이 있었지만, 이름을 등록하던 중 직원의 실수로 사육사 이름과 호랑이의 이름이 서로 뒤바뀌게 됐다고 영화는 설명한다.
실제 19세기 영국의 ‘미뇨네호’ 사건에서 이 이름이 언급됐다. 침몰한 미뇨넷호에서 탈출한 4명의 사람이 구명보트에 탑승했다. '리처드 파커'라는 어린 소년이 나머지 세 명의 선원의 생명유지를 위해 살해됐고, 소년의 인육을 먹고 살아남은 선원들이 생명을 연장하고 구출된 끔찍한 사건이다.

또 주목해야 할 점은 ‘영상미’이다. 영화는 ‘4DX’로 최근에 재상영을 할 만큼 화려하고 빼어난 영상미를 자랑한다. 밤바다에 수놓은 별빛 아래 아름다운 빛을 내는 해파리 떼, 거대한 고래의 헤엄, 미어캣이 가득한 떠다니는 섬 등 러닝타임 내내 뛰어난 영상미를 선사한다. 어린 소년이 겪어야 했던 잔혹한 현실과는 반대되는 장치이다.

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것처럼, 스스로를 구원하는 이야기를 믿기로 한 것이다. 삶을 살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절망,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할 것인가.

이부용 기자  queennn@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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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공식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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