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재 경북대 교수

월드컵 축구대회는 단일 스포츠 종목의 이벤트임에도 불구하고 그 관심은 올림픽을 능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4년 미국의 월드컵대회는 188개국에서 연인원 320억명이 52개 경기를 TV로 시청하여 매 경기당 6억명 이상이 시청하였다.

결승전은 약 20억명의 인구가 세계 최고의 축구기량을 시청하였다. 1998년 프랑스대회는 훨씬 증가한 약 400억명이상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 시청자 수는 1996년 미국 애틀란타 올림픽대회의 연 인원 196억명에 비해 2배에 가까운 수치이다. 아울러 2002년에 개최된 한국, 일본대회는 연인원 600억명으로 추정되었다. 이는 월드컵 축구대회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의 증표라 짐작된다.

우리는 16강 진출이 좌절되었지만 세계 최강인 독일을 격파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는 아시아 축구 수준이 세계축구의 변방이란 수식어를 무색케 하는 일대 사건이다. 국민들이 거리에서 대규모 응원을 하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는 유일한 국민적인 스포츠가 바로 한국이 월드컵에 출전하는 경기라 할 수 있다.

객관적으로 우리의 축구는 독일보다 부족하다. 16강이 좌절됐지만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대미를 장식한 값진 결과는 한줄기 희망을 봤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국제축구연맹 러시아 월드컵 F조별리그 3차전 경기 내내 강력한 독일팀에 밀렸다.

그러나 조현우와 김영권이 중심이 된 수비가 90분 내내 독일의 화려한 공격진을 틀어막았고 추가시간에 세계 최고의 넘버원 골키퍼 노이어를 김영권의 극적인 결승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월드컵 출전팀 중 가장 약한 팀에 불과하다. 1승도 쉽지 않다. 특히 신태용 감독 이전의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한 국내 감독은 허정무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유일하다. 이번 월드컵 이전 국내 감독이 지휘한 월드컵 본선 21경기에서 한국은 단 한 번의 승리만 거뒀을 뿐이다. 열악한 조건 하에서 거두어들인 신태용 호의 독일전 승리는 어떠한 찬사보다 값진 결과인 것이다.

이제 감동적이고 아쉽지만 한국 대표팀의 러시아 월드컵 도전기는 끝이 났다. 선수들의 막판 불꽃 투혼은 빛났고 신태용 감독 이하 코칭스태프는 치열했던 준비 과정을 통해 기대 이상의 수확물을 얻었다. 독일전 승리는 소수 선수의 활약이 아닌 팀플레이로 선전한 전체의 승리였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카잔의 기적.

월드컵 역사상 최대 이변을 연출한 우리 한국팀의 독일전 승리에 대한 여운은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붙인 뉴스가 되었다. 오히려 16강 진출 좌절에 대한 아쉬움을 단 한번에 일소할 만큼 매우 값진 승리였기 때문이다. 아마도 세계 1위 디펜딩 챔피언이자 역대 최강이라는 독일이 한국에게 패배의 예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어느 배팅 사이트는 한국이 절실히 원하는 2대 0 승리보다 독일의 7대 0 대승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경기 전 한국팀의 열망과 한국팬들의 기대감을 조소하는 듯한 여론을 잠재우면서 온 국민들에게 용기와 감격의 선물은 그 무엇과 비교가 불가능한 값진 교훈을 만들었다.

경기 직후 조롱의 대상은 오히려 독일이 되고 말았다. 누구든 이러한 결과를 과연 상상이나 했을까? 실로 우리에게는 기적이고 독일에게는 충격이며 세계 축구사에는 기억될만한 이변이다. 당연히 한국의 독일전 2대0 승리에 대한 관련 보도와 기사는 이미 넘쳐나고 있다. 그래서 이와 관련된 부연은 무의미하다. 미래의 발전을 위해 한국팀의 독일전 승리에 대한 진정한 가치와 의미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독일전 승리는 단순히 세계 최강자를 완파했다는 희열감에 충만된 의미가 아니다. 세계축구 최고의 메이저 대회인 월드컵 무대에서 최상의 전력을 갖춘 힘든 상대인 독일을 우리의 조건은 최악의 상태에서 불안한 상황을 극복하고 승리 했다는 기적은 과거 몇 차례 강팀을 꺾었던 기억과는 차원이 다른 것 이다.

독일전 승리의 최고 가치는 우리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의 회복과 세계 축구의 변방에 위치한 한국축구에서 희망을 보았다는 것이다. 이번 쾌거는 우리 대표팀이 독일전 승리의 자산을 간직하며 앞으로 월드컵 무대에서 계속 선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확보가 가장 값진 수확물이 되었다.

더 큰 바람은 그동안 협회와 선수, 감독 그리고 무엇보다도 팬들 자신들의 솔직한 모습들을 냉정하게 되돌아 볼 때이다. 공통적인 관심은 월드컵이 열리는 격정의 운동장을 상기한다면 개혁의 현실은 쉽게 파악될 것이다. 이처럼 값진 승리처럼 우리민족의 위대함은 언제나 끈질긴 근성에서 오늘을 꽃피워 왔다고 해도 틀린 표현은 아닌 것이다.

선사 이래 우리의 위대한 선조 고조선은 이 땅을 지키기 위해 당시 유럽의 로마와 더불어 세계최강인 한 무제와 삼년 전쟁을 통하여 민족의 기개를 유감없이 발휘하면서 이 땅을 지켜왔다. 당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었지만 내적인 문제인 적의 첩자에 매수된 아군이 우리의 지도자를 암살하는 비극이 초래되었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우리 선조들은 끝까지 항전하여 민족의 저력과 단결을 과시한 역사적인 승리를 가져온 결과는 이 시대의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유산이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 속에는 강인함의 DNA 측면과 뛰어난 지혜와 슬기가 내재되어 있었을 것이다. 특히 신태용 감독은 폐허된 전쟁터 최후의 덕장처럼 짧은 기간에 대표팀을 맡아 여러 비판에 흔들림 없이 외롭지만 뚝심으로 오늘의 값진 기적을 전세계로 한국인의 위대한 근성과 기술을 각인 시킨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서구인들만의 전유물이었던 축구 기량이 지금은 세계인들이 다같이 즐기면서 평준화가 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번의 쾌거는 우연이 아니다. 모든 국민이 하나 되어 스트레스를 일격에 날리면서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새로운 기적을 제공해준 모든 선수 및 코칭스탭진들에게 아낌없는 찬사를 보낸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