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h가 넘는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와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를 구사하는 기교파 투수 중 팀을 승리로 이끌 가능성이 높은 투수는 어느 쪽일까?

선발투수는 불펜투수와 달리 한 경기에서 한 명의 타자를 여러 번 상대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변화구를 던질 수 있어 어떤 공을 던질지 타자가 예측하기 어려운 ‘기교파’ 투수가 구종(球種)보다는 구속(球速)으로 승부하는 강속구 투수에 비해 경기를 더 유리하게 끌고 간다는 것이 통설처럼 받아들여져 왔다.

포스텍 산업경영공학과 정우성 교수팀은 빅데이터를 이용해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의 주무기 구종에 따라 분류하고, 선발투수의 부류에 따라 어떤 투수가 팀 승리에 더 기여하는지 ‘승리의 법칙’을 찾아냈다. 그 결과, 통설과는 정반대로, 구종은 많지 않아도 확실하게 구속으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파이어볼러(강속구 투수)가 오히려 승리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우선 공의 종류와 스트라이크존 위치의 정규상호정보량을 바탕으로 투수가 던지는 공의 ‘불확실성’을 정의했다. 동일한 구종의 공이 특정한 스트라이크존에 자주 들어오면 불확실성이 낮아진다.

통설과는 달리, 공이 어떻게 날아오는지 예측이 안 되는 다양한 구종을 선보여 불확실성이 높은 투수는 승리와의 상관관계가 유의미하게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타자가 어떤 공을 던지는지 알더라도 치지 못하는 공을 던지는 투수, 즉 불확실성이 낮은 투수일수록 성적이 좋았다.

이러한 경향성은 최근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관측된 것으로, 선수의 일시적 부진, 전성기와는 관련이 없다.

연구를 주도한 정우성 교수는 “적절한 구속과 다양한 구종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선발투수가 프로야구에서 경쟁력을 갖는다”며 “그중에서도 확실한 주무기를 가지고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선발투수가 팀 승리에 기여한다는 법칙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앞으로 포수의 정보, 주자의 유무, 볼 카운트 등 다양한 야구 빅데이터를 추가로 활용해, 이에 대한 상관관계를 더욱 상세히 밝힐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앞으로의 연구방향을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성과는 한국물리학회가 발행하는 '새물리'의 하이라이트 논문으로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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