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제 태화초 교장

나리꽃을 보셨습니까?
한여름 산야에서.
야생나리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화려하면서도 귀족적인 품격이 물씬 풍기는.
참나리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강가에서, 아니면 산에서, 들에서.
대부분의 야생화는 가까이 다가가 고개를 숙여야만 그 멋을 내어 줍니다.
하지만 나리는 화품이 워낙 고고하고 수려하여 멀리서도 눈에 확 띠어 자랑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그 멋에 걸음을 멈춥니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나리는 몇 종이나 될까요? 한반도에서 자생하는 나리는 대략 17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개체수가 가장 많고 전국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나리가 있습니다.
참나리입니다.
꽃 중에서도 가장 으뜸이고 좋은 '나으리' 꽃이 나리이고, 나리 중에서 진짜 나리가 참나리이니 참나리는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인 셈입니다. 참나리의 가장 큰 특징은 나리 중에서 유일하게 줄기와 잎 사이에 짙은 갈색의 주아(珠芽)가 있다는 것입니다. 참나리는 이 주아를 땅 속에 심어 번식하거나 땅속 비늘줄기로 번식을 하는데 우리 행복정원에는 작년에 비해 올해 참나리의 줄기 수가 많이 늘었습니다.

나리를 종류를 구분할 때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하늘을 보고 꽃이 피면 하늘나리, 땅을 보고 꽃이 피면 땅 나리, 중간쯤을 보고 꽃이 피면 중나리, 잎이 소나무 잎처럼 생겼으면 솔나리, 또 하나 잎이 돌려나기(輪生葉)를 하면 말나리라 부릅니다. 여기다가 꽃 색에 따라 흰색이면 흰솔나리, 노랑색이면 노랑참나리, 노랑땅나리, 노랑털중나리 등으로 종류를 나눕니다. 이렇게 조합을 하면 거의 모든 나리 종류의 이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지리산에 살면서 하늘말나리와 비슷하면 지리하늘말나리, 잎이 날개처럼 생긴 날개하늘나리, 울릉도에 자생하면 섬말나리, 꽃무늬가 뻐꾸기 가슴 무늬를 닮은 뻐국나리, 꽃이 작은 애기나리 등도 있습니다. 아하 그러고 보니 종류는 다르지만 나리 나리 개나리. 나리에 접두어 '개'자가 붙은 개나리도 있군요.
그럼 백합과 나리는 어떻게 다를까요?
많은 사람들이 백합과 나리는 다른 종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백합과 나리는 같은 종을 두고 달리 부르는 이름입니다.
백합은 한자어이고 나리는 우리말입니다.
굳이 따진다면 산야에 사는 자생나리를 사람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기 위해 색과 향을 더해 품종을 개량한 원예종을 사람들은 백합이라 부릅니다.

백합의 속명 Lilium은 라틴어 Li(희다), lium(꽃)의 합성어로 흔히 사람들은 흰꽃을 연상하고 있으나 우리가 쓰는 백합의 한자어는 흰백(白)자가 아니라 일백백(百)자에 합할 합(合)자를 써서 백합(百合)이라 부릅니다. 이는 백합의 구근에는 비늘줄기(鱗莖)라는 것이 있는데 이 인경이 백 개의 인편(鱗片:비늘조각)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하여 백합이라고 부릅니다.
백합은 인경에서 인편을 분리해서 번식시킬 수 있으며 인편번식을 할 경우 구근 하나로 수십 개의 백합 구근을 만들어 대량번식을 시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나리와 백합을 혼용해서 쓰기 보다는 한자어인 백합을 버리고 순 우리말인 나리로 통일해서 쓰는 것이 옳을 듯합니다.

울산출신 김경구 무궁화 박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박사님은 정년을 하시고 천안에서 무궁화나리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사님은 학성, 여천, 태화강 등 울산지명과 관련된 여러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시고, 또 Lil Kim이라는 무궁화 품종을 개발하여 외국에서 로얄티를 받는 분이기도 합니다.
나리연구에 대해 여쭈니 박사님이 하시던 연구를 경북대 농대로 넘겼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향기 나는 노랑참나리, 향기 나는 솔나리나 땅나리 등을 국산화한다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하셨습니다. 한 때 우리나라 하늘말나리 등 토종나리가 유럽에 반출, 신품종으로 개량되어 우리나라로 역수출되는 안타까운 일도 있지만 최근에는 원예연구소 등에서 국산 신품종을 활발히 육종하여 우리 원예농가에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올 여름엔 말나리, 솔나리, 횐솔나리를 찾아 가지산을 꼭 올라야겠습니다.
여러분도 산행 중에 나리를 만나면 꼭 정확한 이름을 한 번 불러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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