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렬 사회2부 부장

문 정부는 이념에 앞서 파이부터 키워야!


글로벌 호황기에 출범해 천운(天運)을 타고났다는 평가를 받았던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에 1년여를 소모한 후 침체된 국내기업의 사기 진작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내·외적 돌파구 마련을 시도하나 쉽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이념에 치우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것은 물론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노동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촛불 정권이라 불릴 만큼 정권 출범에 큰 힘이 됐던 시민·노동·사회단체들의 압력과 끝없이 치닫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의 심화로 인한 수출 감소,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우려로 인한 기업들의 해외 공장 이전과 설비투자 감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의 자진 폐업, 내수 위축 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글로벌 호황기를 맞아 완전고용이 실현될 정도로 인력 부족 현상이 발생, 해외 인력의 긴급 수혈을 요청할 정도다. 정치적 위기 상황을 맞은 아베 정권이 경제적 호황 탓에 정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할 정도로 일본의 경기는 호경기를 맞고 있다.

또한 중국도 국가 주도로 경제 발전을 추구해 우리나라를 위협할 정도에 이르렀다. 특히 반도체를 뺀 한국의 13대 수출 주력 업종 중 대부분이 중국에 추월을 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 경제 상황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한국 경제를 이끌어 가는 주력산업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대체산업은 물론 차세대 업종마저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는 곧 미래 먹거리가 없고 고용 창출 능력이 사라지는 구조적인 위기라는 것이다.

이 모든 상황이 국정운영 방향과 정책 결정에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연합 등의 입김과 시민단체 출신들이 청와대 요직에 포진함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초반까지만 해도 비서관급 참모진 63명 중 10%인 6명이 시민단체 출신이었다. 정책을 총괄하는 장하성 실장을 비롯한 조국 민정수석, 왕수석이라 불리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대표적인 인사다.

이러한 가운데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인상을 고집하던 홍장표 경제수석과 반장식 일자리수석이 최근 청와대를 떠났다. 일자리와 경제 문제와 관련해 “규제완화가 안 돼 답답하다”고 했던 문 대통령의 생각에 변화가 일어난 것이 아닌가? 추측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는 일이 지난 9일 인도 뉴델리 노이다공단에서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모디 인도 총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신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삼성전자가 6억5천만 달러를 투자해 삼성전자 최대이자 인도 최대 규모 휴대폰공장을 건설했다. 삼성전자 인도 공장은 7만여 명의 인도 청년들을 직접 고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신축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국내에서도 더 많이 투자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국내 청년 실업률 증가 폭을 줄이지 못해 애타는 상황에 놓인 대통령과 국내에서 기업 운영의 어려움으로 해외 공장 건설에 나서야만 하는 기업인의 서로 다른 아픔과 애환이 인도 공장 준공식에서 겹쳐진 것이다.

집권 2년차를 맞은 문 정부가 지난 1년 동안 공무원 증원과 정부·지자체 예산 지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힘써왔지만, 지출된 예산과 달리 일자리는 별반 늘어나지 않았다. 결국 일자리 창출은 기업의 몫이란 것을 청와대 경제 관련자들이 이제에서야 인식한 듯한 모양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문 대통령의 유화 제스처에도 국내기업들의 반응은 싸늘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검찰의 압수수색과 금융감독원장의 금융사에 대한 전쟁선포, 국세청의 특별 세무조사, 공정거래위원회의 이어지는 기업에 대한 사정·감독이 그 이유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노동계와 시민단체는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로 구속돼 최근 집행유예로 풀려난 이 부회장과 문 대통령이 당선 후 첫 만남을 가진 것에 대해 ‘특혜 의혹·면죄부·정경유착’ 등을 주장하며 반발하고 있다.

기업이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규제완화와 노동시장 유연화를 보장해 신규 투자에 적극 나서도록 해야 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의 결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사실 현 정부의 일자리 창출과 서민을 위한다는 정책이 서민들의 생존을 더 위협하는 결과를 낳았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선한 의도로 시행된 정책이었지만 현장에선 원치 않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실패한 정책들을 고집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경제 전문가들 가운데서는 프랑스 좌파정부에서 장관을 지내다 실용주의 중도정권 창출에 성공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의 경제 정책을 문 정부가 본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서 “기업을 돕는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국가를 위한 것”이며 “부를 창출하지 않고 부를 재분배할 수 있는 척하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8%의 법인세율 인하는 물론, 파업을 일삼던 강성노조를 극복하고 노동개혁을 이뤄냈다. 그 결과 지난해 6년 만의 최고치인 2.3%의 경제성장률을 달성은 물론 실업률을 8%대로 낮췄다.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도 마찬가지다. 자국 기업들을 위한 보호주의 통상정책을 추구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타국과의 무역 전쟁도 불사할 정도다. 이외에도 남미의 좌파 정권인 우루과이와 에콰도르 정부도 경제적 실리를 위한 친기업 정책을 도입, 과감한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실천해 경제 살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10대 무역 강국인 대한민국 경제가 아마추어들의 학술 실험장이 돼서는 안 된다. 또한 관행이 되어 오다시피 방치돼 오던 대기업 오너의 비리를 일순간 척결하겠다고 정부가 나서 기업을 도산에 빠뜨리고 해외에 분할 매각도록 하는 일도 발생돼서는 안 된다. 개인 비리는 엄벌에 처하고, 비리는 척결하더라도 기업은 살려야 한다.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가 점차 부각되면서 문 대통령의 지지도도 마찬가지로 점차 떨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젠 이념을 떠나 지지층의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기업 살리기에 나서야 하며 현재 추진 중인 정책들에 대해서도 심사숙고해야 할 때가 됐다.

경제는 정권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뿐만 아니라 국가 존망과 직결되며, 정부의 친기업정책은 이념의 문제를 넘어선 실용노선의 선택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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