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제헌절 80돌을 맞았다. 서민정신과 법치주의가 정착되어 이탈리아 땅에서 공화정의 꽃을 피웠던 고대 로마가 수 천 년 생명력을 이어갔던 것은 법치의 근간이 서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조선시대 경국대전(經國大典)의 법통을 기반으로 500년 왕조의 바통을 이어받았던 역사가 있다.

대한민국 헌법은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1919년(기미년) 4월 11일 상해 임시정부가 선포한 임시헌장(臨時憲章)의 정통성과 법통을 계승해 1948년 7월 17일 대한민국 제헌국회가 만든 법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제헌절은 헌법정신과 헌법에 의한 통치라는 민주공화정의 이념을 높이고, 헌법의 제정 공포를 기리기 위해 1949년 7월 17일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헌법은 1948년 5월 10일 남한만의 총선거를 치른 뒤 구성된 의회에서 민주공화국 헌법을 만들었다. 헌법이 만들어진 초창기에는 자주 바뀌고, 바뀔 때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많은 우여곡절 끝에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제헌절은 삼일절, 광복절, 개천절과 함께 대한민국 4대 국경일로써 대한민국이 자주 독립, 민주 국가임을 세계만방에 공포한 날로서 그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날이다.

한국인의 민주적 열망과 단합된 힘이 제헌절을 만들었고, 명실상부한 주권국가로서의 위상을 갖게 되었다는 점은 특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날임을 증명한다.

제헌절은 우리 국민의 자발적 의지에서 나온 유일한 국경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어느 날 슬그머니 제헌절이 공휴일에서 제외되고, 기념행사가 줄어들고,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하지만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고 해서, 기념행사가 줄었다고 해서, 제헌절의 가치와 의미가 퇴색되어서는 안 된다.

이 날은 우리 국민이 나아갈 길을 기록한 헌법을 제정·공포한 성스럽고 거룩한 날이기 때문이다. 일제해방 이후 남북분단, 신탁통치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우리는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뽑은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제헌국회를 세웠다. 초대 국회의원들은 자주독립국가의 기틀이 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조선왕조 건국일인 7월 17일을 기념하며 이에 맞춰 제정한 것이다.

사회가 유지되는 근간은 헌법에 있다. 헌법은 국가의 기본규범을 규정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국가의 보루이다. 헌법은 우리나라를 있게 한 역사이자 국가와 국민의 관계를 규정한 최고의 규범이다. 그런 헌법을 함께 지키기로 약속한 날인만큼 한국인 모두가 기념하고 경축하면서 준법정신을 함양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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