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함이면 러시아와 협의 필요, 일반선박이면 문화재

“문화재라면 민간업체 인양은 불가, 정식 발굴해야”

울릉도 앞바다에 1905년 침몰했다는 러시아 선박 ‘드미트리 돈스코이호’가 15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신일그룹은 17일 “울릉군 울릉읍 저동리에서 1.3㎞ 떨어진 수심 434m 지점에서 찾은 선박을 유인 잠수정으로 조사한 결과, 함미에서 ‘돈스코이’라는 글자를 확인했다”며 돈스코이호 발견 소식을 알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전신인 한국해양연구원도 2003년 돈스코이호로 추정되는 선박을 찾았다고 발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돈스코이호가 다시 회자하면서 세간의 관심은 이 배가 소문처럼 수많은 금화와 금괴를 선적한 보물선인가에 쏠리고 있다.

그러나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1급 철갑순양함 돈스코이호는 러일전쟁에 참전했다가 울릉도 인근에서 침몰한 선박으로 알려졌다. 즉 113년 전 바다에 가라앉은 ‘군함’이라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신일그룹은 탐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소유권 등기와 본체 인양을 시도하겠다고 밝혔지만, 군함이라면 외교적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먼저 군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조사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침몰선에 대한 국제법 원칙이 명확하지는 않지만, 군함은 통상적으로 국가 영토로 간주하고 주권면제를 향유한다”며 “주권면제가 적용되면 연안국은 군함에 사법권, 행정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돈스코이호가 군함이 아닌 일반선박이라면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

해양법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은 심해저에서 발견된 고고학적·역사적 성격을 가진 모든 물건은 인류 전체 이익을 위해 보존하고 처분하며, 기원국의 우선적 권리를 특별히 고려한다고 규정한다.

또 유네스코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은 수중문화유산을 수중에서 100년 이상 지속한 역사적·고고학적 성격을 지닌 인류의 모든 흔적으로 정의하고, 상업적 이득을 위한 인양과 발굴을 금지한다.

비록 우리나라가 수중문화유산보호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돈스코이호가 한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러일전쟁과 관련돼 있고 역사적 가치가 있다는 점에서 근대문화재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돈스코이호는 침몰 지점이 한국 영해 안에 있고, 매장문화재법은 우리 영해에 존재하는 유형 문화재를 대상으로 한다”며 “이 배가 일반선박일 경우 매장문화재법에 근거해 공고 후 90일 이내에 정당한 소유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국가에 귀속될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매장문화재는 문화재청장에게 등록한 기관만 지표조사와 발굴을 할 수 있다”며 “수중문화재를 발굴할 수 있는 기관은 국내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외에는 없다”고 강조했다.

이런 점들로 볼 때 민간업체가 주도하는 돈스코이호 인양은 현행법상 여러 난관을 돌파해야 하며, 특히 문화재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민간업체 인양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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