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규 제2사회부장

방기곡경(旁岐曲逕)은 '곧은 길을 놔두고 샛길이나 굽은 길로 간다' 는 뜻으로 정당하고 순탄한 방법을 놔두고 편법이나 꼼수로 억지로 일을 처리함을 경계하는 말이다. 율곡 이이(李珥)의 <동호문답(東湖問答)>에 나오는 말이다.

지난 2006년부터 지방 의원 유급제가 도입했다. 지방 의원에게 적절한 급여가 없다면 돈이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말이나 다름 없기 때문에 지방 의원 유급제 자체는 꼭 필요한 제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10년이란 세월이 지난 지금도 많은 지방 의원들이 겸직에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제8대 상주시의회에 입성한 시의원들 중에도 겸직을 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회사를 운영하거나 교육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지방자치법 제35조에 의하면 지방 의원의 겸직을 금지하고 있지만 시의원에 당선된 일부 시의원은 자신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가족이나 친인척 또는 대리인에게 위임 운영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이처럼 지방 의원의 겸직을 금지하는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의정활동을 성실히 수행하도록 하려는데 그 취지가 있으며 동조 제5항에서는 지방 의회의원은 당해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단체와 영리를 목적으로 거래를 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한 시설이나 재산의 양수인 또는 관리인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조선 중기 유학자 율곡은 "제왕이 사리사욕을 채우고 도학을 싫어하거나 직언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고 구태를 묵수하며 고식적으로 지내거나 외척과 측근을 지나치게 중시하고 망령되게 기도해 복을 구하려 한다면 소인배들이 그 틈을 타서 갖가지 방기곡경(旁岐曲逕)의 행태를 자행한다"고 지적했다.

요즘 사방을 둘러보아도 어찌된 영문인지 살맛난다는 이들은 찾기 어렵고 온통 어려움에 신음하는 이들 뿐인 것 같다. 이것은 비단 물질적 가난 문제만은 아니다.

이럴 때일수록 살맛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소위 지도자라고 불리는 이들은 그 알량한 권력과 완고함의 끈을 놓아야 한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어처구니 없는 꼼수가 시민들의 마음을 더욱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사회와 정치도 붕당에 멍든 조선을 걱정한 이이의 방기곡경(旁岐曲逕)처럼 비정상적이라는 의미다. 타협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정치, 붕당으로 국론을 한데 모으지 못해 겪어야 했던 임진왜란의 참화를 생각나게 한다.

상주시의회 의원들은 가슴속으로 다시 한 번 율곡 이이(李珥)의 방기곡경(旁岐曲逕)을 되새겨 보길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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