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제2사회부장

침몰하는 한국경제 회생의 길은 시장에 있다



정부가 지난 18일 기획재정부 발표를 통해 극히 비관적인 경제 전망을 내놓았다. 하반기 경제정책에서 성장률 목표치를 3%에서 2.9%로 낮추고 취업자 증가폭도 32만명에서 18만명으로 크게 줄였다. 내년 경제 상황은 더 비관적으로 전망, 2.8%대를 예상했다.

일자리 정부를 천명(闡明)하며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33조원이 넘는 세금을 일자리 창출에 쏟아 부으면서 만1년 2개월 만에 받아든 성적표치고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게다가 현 경제상황이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과 함께 기업의 국외 진출은 봇물 터지듯 이어져 국내 경제 여건은 물론 고용시장마저 더 악화될 전망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것들보다도 더 우려되고 절망스러운 것은 현 경제 상황을 만들어 온 정부 정책 결정권자들이 정책의 변화 없이 기존 정책을 밀고 나가려는 뜻을 연이어 표명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現) 국가 경제 상황과 실물 경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은 물론 대처 방안마저 준비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최근 현 정부의 경제팀에 새롭게 입성한 청와대 윤종원 경제수석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를 기반으로 한 소득주도성장을 성공시켜 사회안전망이 보강되고 확충된 후에야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를 시행할 것이라고 JTBC 방송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기업들이 규제혁신 없이는 국내에서 기업 활동을 더 할 수 없어 해외로 떠나가겠다는데, 소득주도성장이 먼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여당과 청와대에서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포용적 경제성장’도 사실 청와대 윤종원 경제수석이 국내에 소개했던 정책이기에 결국 ‘소득주도성장과 포장지만 바꾼 것이지 내용물은 결국 같다’란 것이 경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지난 1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각 부처 장관들이 참석한 청년일자리 점검 회의에서 "각 부처가 청년일자리 문제 해결에 정책의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관계 장관들을 질책하며 특단의 대책을 주문했다. 일자리 문제의 시급성을 인식했다는 지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도 문 대통령은 “민간과 시장이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라고 규정하고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결국 이어서 나온 것들이 ‘세금주도의 일자리’였다.

그때로부터 만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아진 것이라고는 전혀 없고, 모든 것이 악화 일로에 놓여있다.

이달 초 삼성은 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인도에 있던 기존 휴대폰 공장에 8천억원을 더 투입해 공장을 두배로 확장, 삼성전자 최대 휴대폰 공장 준공식을 했다. 인도 최대 휴대폰 공장이기도 한 이 공장은 7만여 명의 인도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게 된다. LG도 최근 2조원을 투입, 오는 10월에 중국 난징에 차 배터리 공장 건립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소 상장기업들조차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 등으로 생산비 부담이 증가하는데 정부의 경영 규제와 시장 개입의 심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기업 법인세 인상, 탈(脫)원전으로 산업용 전기세 인상, 임금 인상에 반해 노동시장 유연화를 반대하는 정책 등 국내 경영 환경이 나빠지자 해외 생산규모 확장을 모색하고 나섰다.

이는 결국 6.13 지방선거 직전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에 이전의 ‘자유민주적 시장경제체제’를 배제하고 토지공개념과 경제민주화를 포함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규제·제한·간섭을 확대, 일명 ‘사회주의 경제체제’로 변경하려 했던 의도를 이번 경제 정책들을 통해 실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일고 있다.

설사 이를 부인한다 할지라도 정부주도의 경제 질서의 개편은 완전 실패로 돌아갔다. 기업을 위해 일한 근로자의 임금을 국가가 세금으로 충당하는 꼴이 아닌가? 중소·영세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임금을 국가가 강요하고, 세금으로 걷은 국가재정을 기업 손실로 보상하는 것은 시장경제원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경제 교과서인 ‘경제학원론’(그레고리 맨큐·하버드대 교수)에 따르면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미숙련 육체노동자들의 실업이 증가하고, 노동자뿐만 아니라 영세자영업자도 미숙련노동자 이상으로 경제적 고통이 가중된다고 한다.

노동 비용 상승의 결과, 판매상품의 가격 인상이 일어나고 감원 또는 해고에 따른 ‘가족 경영’ 등 노동인력 감축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히 최저임금만 올린다고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가 해소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이 개선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 국내 상황과 너무나 일치하고 있다.

우리와 달리, 글로벌 호황기를 맞아 감세 정책과 규제 완화를 밀어붙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연간 3%의 성장률을 넘어 최대 4%를 예상하고 있다.(지난해 미국의 연간성장률 2.3%)

경제 규모가 한국의 12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6만 달러인 미국이 경제 호황을 맞고 있다. 실업률이 계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미국이 감세와 재정부양을 동시에 시행하는 나라가 됐다.

중국과 러시아, 베트남은 물론 북한마저도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의 허상을 깨달아 공산주의를 버리고 자본주의 국가들을 기웃기웃하고 있지 않은가. 세계 7대 교역국인 한국이 이들 국가마저 버린 경제정책을 다시금 채택하려 하는 모순을 이제 그만 멈춰야 한다.

反기업 反고용 정책을 주도한 문 대통령부터 국가주도의 경제정책의 완전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 철저한 자기반성 후 모든 것을 시장으로 되돌려 놓아야 한다.


인도의 삼성전자 휴대폰 공장을 다녀온 문 대통령이 최근 친(親)기업 규제혁신 정책을 제시했다. 북한 비핵화가 답보 상태에 머물고 각종 경제 지표 악화로 지지율이 하락 조짐을 보이면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전 대부분의 정권이 기업 규제혁파를 제시했지만 결코 성공한 예가 없었기에 이번도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으로 예상되지만, 근본적인 개혁과 혁신을 이뤄내 경제문제로 우울해 있는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부가 되길 소망한다.

대한민국은 수출이 나라를 지탱하는 국가다. 이를 위해선 기업이 살아야 한다. 기업을 통해 고용과 가계 소득 향상을 이뤄 사회안전망이 확충될 수 있다.

국내 기업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미중 무역전쟁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데 국내의 경제정책마저 이들을 옥죄어선 결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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