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해외이전등 원룸 아파트 가격 곤두박질...마피 무피 속출 입주자들 시선 냉랭

▲ 텅빈 국미국가 5산업단지
성장동력 사라지면서 부동산 직격탄
아파트 가격 추락 날개가 없다



삼성, 엘지 등 대기업 이탈 여파는 호황을 누리던 구미공단 부동산 시장에도 비상등이 커졌다.
오피스텔 등 수익형 시장은 공실이 증가하고, 상가는 텅텅 비어 임차인 채우기도 벅찬 상태지만 아파트 공급은 계속돼 미분양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 몰락은 수출과 산업으로 성정한 구미시의 성장동력이 사라지면서 부동산 시장도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구미 부동산 시장 몰락은 지난 2008년 삼성전자가 베트남으로 공장을 옮긴 후 부터다. 삼성전자는 2008년 베트남 박닌성에 1공장, 2013년 베트남 타이응우옌성에 2공장을 짓고 휴대폰을 대량 생산하고 있다.

LG전자도 지난 2015년에 베트남 흥이옌 생산공장과 하이퐁 생산공장을 하이퐁 캠퍼스로 통합 이전했다.
또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공급하는 LG이노텍도 지난해 9월부터 베트남 하이퐁에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했다


▲ 아파트공급 140% 추락하는데 날개가 없다.

구미지역 아파트의 시세는 지난해 1분기에 3.3㎡당 518만원 선에 형성돼 있었지만 3분기 이후 급락을 거듭하면서 올들어서는 1분기에는 500만원선(498만원)도 무너졌다고 국민은행 시세조사 결과 나타났다.

구미제4확장단지 골드클래스 아파트 앞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주택형별로 분양가 대비 1000만원까지 떨어진 이른바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가 붙은 매물 표가 걸려 있다.

이 아파트는 입주지정기간이 끝난지 3개월이 넘었지만 여전히 890가구 중 100가구 가까이 비어 있다. 단지 바로 옆에는 내년 2월 입주하는 골드클래스 2차(615가구) 아파트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특히이곳은 제4단지를 확장하면서 근로자들에게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개발한 일종의 신도시로 2015년 이후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8개 단지, 8000가구에 달한다.

▲ 4년간 기존 아파트 25% 맞먹는 공급 쏟아져

구미시는 산업단지에 근무하는 젊은 근로자들 평균 연령이 37세에 불과하다. 그동안 아파트 공급이 많지 않아 근로자 소득 수준에 비해 살만한 집이 부족했다. 더구나 국가산업단지 5단지를 개발하면서 아파트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런 여파로 구미시 아파트값은 2010~2014년에 49%(국민은행조사 기준) 수직 상승했다.

주택 경기가 절정이던 2013~2016년 4년 동안 봉곡동·문성리 등 구미시에 공급된 아파트는 총 2만1000여 가구, 2013년 기준 구미시에 이미 지어진 기존 아파트(8만5000가구) 4분의1 수준이다.
이렇게 공급한 아파트가 줄줄이 완공되면서 입주자를 찾지 못해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금도 바닥이다.

구미확장단지와 인접한 옥계동 현진에버빌엠파이어 아파트 전용 98㎡는 2014년 최고 3억1000만원이었지만 올 2월 2억6000만원으로 4년새 5000만원 떨어졌다. 오래된 아파트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옥계동 동우대백아파트전용 59㎡는 4년 전 1억원 정도에 매매됐지만 올해에는 5000만원에 거래돼 가격이 반 토막 났다.

이는 인구대비 새 아파트 입주도 많았기 때문이다. 이곳 단지 곳곳엔 ‘전세자금으로 내집마련+@입주축하금’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난해 11월 준공된 A아파트(890가구) 앞엔 ‘-1000’이라는 게시물이 있었다. 한 중개인은 “입주 축하금은 아파트를 사면 시공사 등이 주는 것이고, -1000은 분양가에서 1000만원을 뺀 매매가”라고 설명했다.


▲ 덮어놓고 짓더니 원룸,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도 와르르

아파트와 함께 수익형 임대상품(원룸건물, 오피스텔 등) 시장도 침체의 늪에 빠졌다.
구미중심가인 송정동 등에는 오피스텔 준공이 끝났지만 분양률이 저조하고 다른 신규 오피스텔도 새주인을 찾지 못해 미분양 물량이 쌓여가고 있다.

오피스텔과 함께 젊은 근로자를 겨냥해 우후죽순 들어섰던 원룸은 더욱 심각하다.
공장이 밀집한 인동과 옥계등 원룸 밀집지역 전봇대나 건물 외벽에는 원룸 세입자 구한다는 안내문이 도배를 하고 있다.

몇 년 전에는 보증금 300만원에 월 50만원하던 원룸이 지금은 보증금 100만원에 월세 1~20만원으로 내려도 찾는 사람이 없어 원룸주가 울상을 짓고 있다.

이는 공장이전으로 원룸에 살다가 다른지역으로 이주하거나 결혼하면서 아파트로 이사하는 사람들과 통근버스를 타기 어려운 곳이거나 지은 지 오래된 원룸은 월세 10만원에도 임차인을 구하기 어려워 20% 이상이 빈 곳도 수두룩하다.

옥계동 S 부동산 김모 소장은 “구미시에 이렇게 한꺼번에 원룸과 아파트가 지어진 적이 없었다며, 지역 경기도 안 좋은데 물량이 집중되니 한동안 시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상가주 자영업자도 심각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상가주는 물론 상가에 세든 자영업자들이다.
이는 구미 경제의 핵심이던 삼성전자 휴대전화 연관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역 경제도 침체에 빠졌다.

삼성전자는 2010년대 이후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이전한 후 구미산업단지 내 협력업체 수백 곳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바꿨다. 구미산단 생산액도 2014년 48조원에서 2017년 44조원으로 감소했다.

이처럼 구미국가산단 내 수많은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지역상권을 움직이던 수많은 산단 근로자들이 외부로 떠나 산단 주변 식당이나 마트, 숙박업소 등의 유동인구도 뚝 끊긴지 오래다.

상가의 경우 내수경기 침체로 지역상권이 빠른 속도로 위축되면서 견디지 못한 상인들이 가게를 내놓고 있으며, 상가를 내놓아도 들어올 사람이 없어 보증금만 까먹고 있다.

구미 3단지 삼성전자 캠퍼스와 인접한 인동동네거리 일대는 비어있는 상가 건물이 수두룩하다.
지상 11층 건물은 2·3·6·8층이 동시에 비어 임차인을 구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인동동 A 부동산관계자는“월 500만원 받던 상가 임대료가 1년새 400만원으로 20%나 내린 곳도 있다”며 “장사가 안 되니 식당, 술집, 병원 가리지 않고 폐업하는 경우도 부쩍 많아졌다”고 말했다.

■ 전문가 심각성 경고…구미시는 심각한 수준 아니다 낙관

이처럼 구미공단이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구미시 관계자는 심각한 수준 아니라는데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그러나 구미시투자통상과 관계자는 “구미 인구나 기업체 근로자는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이고 아파트가 많이 지어진 만큼 주거 여건도 개선돼 구미 경제의 미래 자체를 암울하게 볼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경제전문가는 심각성을 제기한다.

그는 “원인은 소비력이 강한 대기업과 산단 근로자들이 외부로 이탈해 지역 경제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을 무너뜨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정부가 지역 특색에 맞게 옛 산업단지를 새로 육성해 이탈된 인구를 끌어들이지 않는 이상 지역 부동산의 침체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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