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열 2사회부장

청와대가 지난 26일 ‘자영업비서관’ 직을 신설하고 일부 비서관을 통폐합하는 청와대 조직개편안을 마련했다.

‘자영업비서관’ 신설은 현 정부가 소득주도성장이란 정책 기조에 따라 시행한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에 대한 반발로 소상공인 업계와 중소기업들의 ‘최저임금 불복종운동’이 확산 조짐을 보이자 나온 대책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3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600만명의 자영업자들과 무급 가족 종사자 120만여 명을 포함하면 전체 취업자의 1/4을 차지하는 자영업자를, ‘자기 노동으로 자영업을 하는 자기고용노동자’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을 신설해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2기를 맞아 이뤄진 이번 조직 개편은 3실장 12수석, 49비서관 체계로, 정부 부처들의 국정 홍보나 정책에 대한 청와대의 통제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

현재 대통령 비서실 정원은 486명으로 이전 이명박 정부(456명)와 박근혜 정부(465명)보다 많다. 세계 최고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 백악관 비서실 인원 수(377명)과 비교해도 100여 명이 더 많다.

현 정부의 청와대 예산도 박근혜 정부의 마지막 해인 2016년 예산 890억원보다 늘어난 898억원이다.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에 대해서 청와대 관계자는 “부처들의 기능을 조금 더 효율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말하나, 야당들은 “청와대 비서진의 수와 예산이 너무 비대하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선거 전 ‘제왕적 대통령제와 청와대 구조 관련 개혁’을 주장했던 문 대통령이 집권 후 첫 기자회견에서 “군림하지 않는 청와대로 변화시킬 생각”이라고 밝혔지만 현 상황에서 이를 동의하는 이는 많지 않다는 반응이다.

야당들은 “이번 개편안은 청와대가 모든 부처의 현안에 직접 관여하고, 대통령 참모가 장관을 제치고 직접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는 모습이 계속되고 있다”며 “국정 운영에 정부 관계부처 장관과 실무자가 아닌 청와대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번 청와대 조직 개편을 살펴볼 때도 현저히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현 정부 들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격상하고 인원도 351명에서 413명으로 충원했다.

그러한 가운데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의 ‘최저임금 불복종운동이 확산될 양상을 보이자 이제 또 청와대에 이들을 돕는 ‘자영업비서관’을 신설하고 대통령이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고 하니 최근 새롭게 조직을 확대한 중소벤처기업부는 왜 만들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새로운 논란이 발생할 때마다 이벤트성으로 새로운 직계를 만들어 쇼통(SHOW 通)한다면 국정 안정을 해치는 것은 물론 국민의 신뢰도 땅에 떨어지고 말 것이다.

문 정부는 결국 자신들이 비판했던 이전 정부처럼 대통령을 보좌해야 할 참모들이 전면에 나서 기존 정부(政府)를 ‘식물 정부’로 전락시키고, ‘청와대 정부’에서 국정 운영을 도모하는 모순에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