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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폭염이 사회 전반을 바꾼다백화점·대형마트·PC방 웃고, 재래시장 자영업자 눈물
   
올해 더위가 심상치 않다. 게다가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더운 날이 최소 10여 일은 더 지속될 전망이다.

폭염과 함께 열대야가 한달여 걸쳐 진행되면서 많은 것을 바꾸고 있다.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에 이어 선선하던 강원도마저 홍프리카(홍천+아프리카)와 횡집트(횡성+이집트)란 신조어를 낳았다.

북상하는 무더위를 휴전선도 가로막지 못했다. 북한도 폭염 신기록을 연일 경신 중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북한에서도 북부 지역인 자강도 만포시의 기온이 40.5도를 넘었다고 밝혔다. 지난 1일 평양이 기상관측 아래 역대 최고 기온인 37.8도를 기록한 데 이어 개성 37.9도, 해주 37.8도를 기록했다.

이러한 무더운 날씨 가운데 성수기를 맞아야 할 해수욕장과 관광지는 인적이 드문 황량한 곳이 됐고, 계곡은 가뭄으로 물이 마르고 수량이 줄어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이 삶의 현장에서도 그 위력을 발했다. 살인적인 더위에 건설현장도 멈췄다. 일당을 벌어야 하는 노동자의 얼굴은 어둡고 체념의 빛이 감돈다. 또 때를 넘기면 안 되는 농사일도 흐르는 땀과 일사병의 두려움에 엄두도 못 낼 지경이라 농심 또한 타들어 가기만 한다.

수백만 마리의 닭과 돼지 폐사 소식과 배추·무·수박·과수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면서 가격도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배추와 무의 경우, 주산지인 강원도 산간의 고랭지가 폭염과 가뭄으로 작황이 크게 나빠진 탓이다.

날씨 등 요인이 얼마나 물가상승을 이끌어낼지 예측하기 어렵다. 음식재료비 상승은 최저임금 충격으로 고전하는 영세자영업자들에게 폭염만큼이나 큰 고통이다. 영세 자영업자의 경우 재료비 상승에 따른 원가 상승분을 가격 인상으로 전가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경제상황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이뤄져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피해는 이뿐만이 아니다. 올해 폭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2만명을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 평균 온열질환자는 1만7천700여 명이라고 밝혔다. 폭염과 열대야가 1달여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올해는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재난 수준의 불볕더위가 계속되면서 정부가 한시적으로 가정용 전기 요금의 한시적 인하를 이번 주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전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한 가정용 전기에 붙는 국내 누진율(3배)이 일본(1.6배)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턱없이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다만 누진제 개편이 이뤄진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탓에 큰 폭의 조정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러한 어려움 가운데도 호황을 맞은 업소가 있다. PC방과 당구장, 북카페, 백화점, 대형마트 등이다. 더위를 피해 나온 이들이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함께 한 끼 식사도 해결하고 게임·취미·쇼핑 등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이들이 폭염 특수를 누리는 동안, 전통시장과 길거리 매장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영세 상인들은 매출 부진과 건강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폭염이 시민의 일상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흐르는 법과 제도까지 바꾸고 있다.

정부도 폭염을 재해의 범주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힌 만큼 보다 신속한 조치로 국민생활 안정에 노력해 주길 당부한다.

최영열 기자  cyy181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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