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숙 수성대 외래교수

한때 가까이 지냈던 아픔을 지닌 여인을 알고 있다. 그녀는 강인한 외모와는 달리 불행했던 어린 시절과 결혼생활의 여러 문제로 아픔을 지니고 있는 여인이었다. 그녀의 사정을 몰랐을 때는 단순히 불만이 많은 여인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양보심이 부족했고 피해의식을 늘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과 시비를 붙거나 말싸움을 하는 일이 잦았다. 반면 본인과 가까운 몇몇 사람에게는 비굴하리만치 납작하게 엎드리는 행동 양상을 보였다.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사정을 알고서야 비로소 퍼즐이 맞춰지듯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게 되었다. 극도로 아파하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을 참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며 아픔을 극복하고 숨기기 위한 그녀만의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인간은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아픔을 겪을 때 올바르지 않은 방법인 줄 알지만 주위 사람들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른 적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이 지나고 나면 후회를 하겠지만 한순간 기분이 풀린다는 것도 알고 있기에 그녀의 행동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부분들은 있다.
그러나 그녀가 위와 같은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하려 할수록 주위 사람들은 힘들 수밖에 없었다. 상대를 깎아내리고 무시해야만 본인의 우월함을 느낄 수 있는 그녀의 심리적 영향이 컸다. 비슷한 형편의 사람들끼리도 금전적인 자랑을 하기도 하고 자신보다 부족한 부분이 보이는 상대에게는 그 부분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녀의 아픔이 치유되는 듯 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하나 둘 그녀를 멀리했고 그럴수록 그녀는 가까운 몇몇에게 더욱이 납작하게 행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언행 가운데 그녀가 남긴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뒤끝이 없다." 그녀는 늘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면서 솔직하고 뒤끝이 없다는 내용의 이야기로 꼭 마무리 짓곤 했다.

그녀 스스로는 자신이 가식적이지 않고 털털하고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이는 자신의 약점이나 좋지 않은 이야기를 적나라하게 말하는 그녀가 불편했을 수 있다. 그녀는 자신의 아픔을 이해받고 배려받기를 마땅하다고 생각했고 주위 사람들은 겪어보지 못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하고 공감하려 노력했지만 역시나 역부족 이었다.

필자는 그녀가 잘못된 방법으로 아픔을 극복하고 있는 부분만 제외하면 생활력 강하고 고통 속에서도 노력하며 삶을 개척해 나아가는 훌륭한 면모도 가지고 있는 여성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며 크고 작은 아픔을 겪기도 하고 고통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필자의 경우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면 잡념이 없어진다.

잡념이 사라진 시간 속에서 한발 물러나 고통이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가져본다.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스트레스나 아픔은 한순간 고통스럽지만 그래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스스로 극복 가능한 정도가 되었다. 본인이 아픔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타인을 불편하게 한다면 올바른 고통의 극복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 그보다 생산적이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고통을 극복하기를 추천한다. 자신에게 알맞은 취미생활을 가지고 그것으로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치 험난한 파도와 고통 속에서 더 빛나는 진주를 품는 진주조개처럼 바람직한 방법으로 고통을 이기고 극복해 나아간다면 언젠가 더 빛나고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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