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수(실바노)계산성당 주임신부

살다보면 짜증이 나고, 화가 나고, 절규하기도 한다. 내 삶의 환경이 순탄치 못해서, 내 삶의 주변이 나를 힘들게 해서, 함께 삶을 공유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나를 외면하고, 나를 외면하고, 나락으로 빠져들게 하면 모든 게 싫어진다. 사람도 싫고, 믿음도 싫고….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십자가에 매달리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외침이다. 누구에게나 고통은 싫은 것이다. 십자가를 지는 것을 즐기는 사람은 없다.

그럼에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는 군중들 무리 속에 섞여 소리치고 있는 내 모습은 없는지 잘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사람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힘의 논리가 앞서는, 이웃과의 관계에서 사랑이 모자라는, 하느님이 사랑이심을 드러내야하는 삶의 현장에서 사랑의 본을 보여주지 못하는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를 몰아가고 있다.

군중 속에서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외치고 있으면서도 마치 나는 아무 일도 없는 사람처럼 구경꾼인 것처럼 바라보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막다른 길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렇게 내몰려 십자가에 매달린 주님께서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라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하느님의 사랑은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의 세계에 머물게 하지 않으신다.
인간의 부족한 삶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의 길로, 죽음의 길로 몰아가고 있지만 하느님의 사랑이 예수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일으켜 주신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고 외치는 삶이 아니라, 짜증내고, 화내고, 절규하는 삶이 아니라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를 오르시는 주님을 묵묵히 따라 나서자.

그 끝에서 만나게 되는 부활의 신비를 신앙으로 받아들이고 맞이해 보자!
구원에 이르는 길, 생명을 얻는 길이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 안에서 이루어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성목요일, 최후의 만찬을 통해 당신의 몸과 피를 우리에게 주시는 성체성사의 신비를 만나게 될 것이다.
성금요일,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는 주님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성토요일 부활성야에 주님의 부활을 장엄하게 선포하게 된다. 이 날을 기억하고, 기뻐할 수 있다면 우리는 부활을 믿는 신앙인이다. 그 축제의 현장에서 희망을 만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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