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

구글에서 조지 오웰의 語錄(어록)을 검색하니 이런 말이 나왔다.
"글을 쓰는 것은 惡靈에 씌운 이의 鬪病과 같다."
"좋은 散文은 (세상을 잘 보게 하는) 통유리와 같다."
"詐欺(사기)가 판을 치는 시절엔 진실을 이야기하는 게 혁명이다."
(During times of universal deceit, telling the truth becomes a revolutionary act.)
그는 親知(친지)한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공산주의 및 파시즘과 싸우려면 우리도 같은 정도의 狂信(광신)을 가져야 한다는 말에는 同意(동의)할 수 없다. 狂信者(광신자)들을 이기려면 우리는 狂信者가 되지 않아야 한다. 우리는 머리를 써야 이길 수 있다.>

공산당을 닮아 거짓과 억지로 공산당을 공격하는 것 자체가 이미 지는 게임이다. 무슨 좋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머리를 쓰면 나온다. 절대로 진실을 포기해선 안된다.
그는 《동물농장》을 위한 서문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출판인들과 편집자들이 어떤 기사들을 싣지 않기로 한다면 이는 고발을 당할까 봐 겁이 나서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여론이 두려워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이 나라에서 이러한 知的(지적)인 비겁성은 작가나 언론인들이 맞서야 하는 最惡(최악)의 敵이다.>

오웰은 "자유란, 사람들에게 듣고싶어하지 않는 것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고 말하기도 하였다. 조지 오웰의 一生을 다룬 영화에는 그가 자신의 글을 거부하는 편집자에게 이렇게 항의하는 장면이 나온다.

"자네는 신념을 사실보다 더 重視(중시)하는 사람인가?"
이 질문은 글을 써서 먹고 사는 모든 사람들게 던지는 도전장이기도 할 것이다. 50을 채우지도 못하고 죽은 조지 오웰의 가치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빛나는 것은, 그리하여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知性으로 평가되는 것은, 자신이 발견해낸 불편한 사실들을 자신의 신념보다 늘 우선시키면서 자신의 생각을 고쳐간 知的 성실성 덕분일 것이다.

미국 예일 대학 역사학 교수 존 루이스 가디스의 名著(명저) 《冷戰(냉전)》의 프롤로그는 조지 오웰로부터 시작한다. 오웰이 스콧랜드의 주라 섬에서 《1984년》을 쓸 때 그는 急死(급사)한 부인과 자신의 폐결핵으로 인생의 終章(종장)을 예감하고 있었다.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車道(차도)도 없는 외딴 섬을 집필 장소로 고른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마자 核전쟁의 위험으로 치닫고 있던 유럽은 희망이 없어보였다. 오웰은 유럽 문명과 자신의 생애가 끝나기 전에 소설을 완성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을 것이다.

《1984년》은 주인공 윈스턴의 패배로 끝나지만 冷戰은 자유진영의 승리로 끝났다. 그 1984년에 미국에선 레이건 대통령이 웃어가면서 소련 공산주의를 무너뜨릴 방도를 연구하고 있었다. 1년 뒤 고르바초프가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되어 공산帝國을 내부로부터 해체해가기 시작하였다(그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8년 안에 유럽과 소련의 공산정권들은 모조리 무너졌다. 오웰의 《1984년》은 유럽에선 현실화되지 않았지만, 2018년의 한반도 북쪽에서는 70년째 지속되고 있다.

오웰은 '나는 왜 글을 쓰나?'라는 수필에서 사람들이 글을 쓰는 네 가지 공통된 동기가 있다고 했다. 순전히 이기주의로 글을 쓰는 경우, 美學的(미학적) 열정, 後代(후대)를 위해 기록을 남기려는 역사적 충동, 그리고 정치적 의도. 그는 책을 쓰는 것은 "긴 鬪病(투병)생활과 같은 끔찍하고 기진맥진한 싸움"이라고 표현하였다. 오웰은 "거부할 수 없는 어떤 惡靈(악령)에 씌워지지 않고는 그런 일을 시작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좋은 散文(산문)은 (세상을 잘 보게 하는) 통유리와 같다"고 했다. 그는 뒤돌아보니 정치적인 의도를 갖지 않고 쓴 글일수록 형식적이고 生氣(생기)가 없더라면서 글을 쓰려면 정치적 목적의식이 분명해야 한다는 권고도 하였다.

오웰은, 공산주의의 본질을 가장 깊숙한 곳에까지 들어가 본 사람이었다. 그가 《1984년》에 담고자 하였던 "정치적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글의 힘으로, 진실의 힘으로 거짓의 공화국을 해체하는 데 《1984년》을 무기로 이용하라는 게 아니었을까? 그렇다면《1984년》은 한반도의 知性人을 위하여 쓴 책인 셈이다. 그가 "머리를 써야 공산주의를 이길 수 있다"고 했을 때 그 "머리"는 오웰의 삶과 글이 보여주는 "정직한 知性"이거나 레이건과 같은 "위대한 人格"일 것이다. "至誠의 知性으로 大兄을 쳐라!"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