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49kg 만들어 준다는 다이어트 약 그 실상은?
매스꺼움은 기본, 없던 우울함까지 생겨 무기력감 ↑

여름의 끝물이지만 오늘도 어김없이 다이어트를 한다는 친구의 푸념을 듣다 난생처음 다이어트 약을 접해봤다.

본 기자는 키 165cm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지극히 평균적인 몸을 소유하고 있다. 하지만 텔레비전에 나오는 빼빼 마른 아이돌의 가녀린 몸매를 동경하고 있었던 것일까? 며칠만 먹으면 체중계의 숫자가 꿈의 49kg이 된다는 달콤한 말에 속아 다이어트 약을 4일간 체험해 봤다.

8월 2일 오전 11시 30분 약을 처음 먹었다. 다이어트 약은 원래 이런 것일까 싶을 정도로 씁쓸한 맛이 입안을 지배했다. 연신 물을 마셨지만 텁텁함은 가시지 않았다.

약을 삼키고 삼십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효과는 빠르게 나타났다. 속이 울렁거리고 연신 눕고 싶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식욕도 물론 없었다. 몸이 마치 연체 동물이 된 마냥 흐물흐물해지는 것 같았다.

8월 3일 약 복용 이틀째다. 다행히 이날부터 휴가라서 늦게까지 자다가 정오께 약을 삼켰다. 평소의 휴일에도 한 끼만 먹던터라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어김없이 찾아 온 매스꺼움은 깨나 좀 불쾌한 기분이었다.

8월 4일 사흘째 약을 먹었다. 약 특유의 쓴 맛 때문에 거부감이 생겼다. 한 번의 헛구역질 후 꿀꺽 삼켰다. 약을 입에 넣고 목구멍으로 넘기는 그 찰나의 순간이 굉장히 괴로웠다.

약 복용 후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이 밀려왔다. 따스한 햇살이 비추는 봄날, 점심을 먹고 창가에 앉아 있는 듯한 몽롱한 감정이었다. 그리고 무엇을 할 의욕도, 먹고 싶은 식욕도 없었다. 그저 눕고 싶은 생각밖에.

8월 5일 마지막으로 약을 삼켰다. 이날도 역시 매스꺼움과 나른함이 지속됐고, 입안은 계속해서 바짝바짝 말라갔다. 더 이상 약을 먹기에는 몸에 부담이 가는 것 같아 4일째 그만두기로 했다.

여성 하루 권장량이 2000kcal라고 쳤을 때 본 기자는 4일 동안 4000kcal도 섭취를 안했다. 그러니 당연히 살이 빠질 수 밖에.

4일 동안 총 1.72kg이 빠졌다. 몸무게의 앞자리가 꿈의 숫자로 바뀔 듯 말 듯 한 황홀한 순간이었지만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간의 우울감, 피폐함을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

다이어트 약을 복용한 후 환청, 환각, 우울감, 인지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했다는 뉴스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다이어트 약에는 식욕 억제 효과를 가진 펜터민(phentermine) 성분이 들어있다. 펜터민은 비만 치료제로 자주 사용되는데, 중추신경을 흥분시켜 불면증과 불안감, 우울감 등을 일으키는 부작용이 있다. 이로 인해 장기간 복용할 경우 각종 정신질환을 유발한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다이어트 약을 장기간 복용하던 30대 여성이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르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전문가는 “다이어트 보조제 시장이 부작용이 많음에도 불구하고도 인기가 많은 이유는 과장 광고 때문이 아닌가 싶다”며, “SNS 등에 나타나는 과장 광고가 무엇보다 구매 전환률을 높이고 있는데 이에 현혹되지 말고 식단조절과 운동으로 건강하게 살을 빼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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