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문 한동대 교수

이번 여행에서 또한 인상 깊었던 것은 ‘원갈로’라는 전통춤과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전통식당에서 식사를 했다는 것이다. 우리 팀 모두가 지인의 초대를 받았는데 한국의 궁전 같기도 하고 미주의 가든파티 장소 같기도 한 커다란 정원을 지닌 ‘가든 레스토랑’으로 중앙에 돌로 조성된 무대가 있다. 음식은 전통식으로 조금씩 조그만 접시에 마른 열매, 채소, 과일, 나물, 양념치킨, 카레, 쌀밥, 쌀과 사탕수수로 만들었다는 독한 전통주 등이 지속적으로 나오는데, 무대에서는 오후 6시부터 공연이 몇 시간 계속된다.

첫 공연은 깃대를 앞세우고 북과 깽과리가 포함된 악단과 함께 댄서들이 춤추는 ‘느와리 민속춤’으로 한국의 전통공연들과 너무나 닮았다. 그후 도깨비탈춤, 코끼리춤, 사자춤 등이 이어지는데, 우리의 안동탈춤의 원류도 이곳과 같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겠다. 안동 탈들이 순한 모습이라면 이곳 탈들은 무섭고 색깔도 진하다. 공연의 피크는 공작 춤인 것 같다. 커다란 공작이 객석까지 돌며 공연을 펼치는데, 일부 사람들은 공작 부리에 돈을 끼워 주기도 했다.

다음날은 ‘카트만두공과대학’에서 학술발표회를 가졌다. 필자는 ‘포항의 지진이후 복구상황’과 ‘포항그린웨이’에 대해 발표했고, 우리 학생 3팀이 네팔의 경제산업, 도시기본계획, 저소득주택정책에 대해 발표했다. 그곳 학생들은 학기말 작품발표회를 겸해서 3팀이 발표했는데, 대부분 관광개발 및 역사보전에 관한 주제들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학교 출신이자 필자 지도하에 석사과정중인 네팔학생이 ‘도시 공공공간의 역할과 조성방안’에 대해 발표를 했다.

이곳 건축 및 도시분야의 교수 및 학생들은 전통보전 내지 역사물보전에 힘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에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건물이나 신도시개발에는 큰 관심을 쓰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또한 도로, 상하수도 등에 걸친 인프라계획들이 혼잡한 도심 역사지구에서부터 교외지역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언급되고 있지 않는 것 같아 걱정이다. 카트만두의 인구가 이미 200만명이고 장차 500만명을 헤아릴 것인데, 이들을 어떻게 수용할 것이며 먹여 살릴 것인가 고민한다면 도심인근 빈땅들을 시가화해야 하며, 주변 교외지역에 단계적으로 신도시를 건설하고, 공공교통을 적극적으로 설치하며, 상하수도를 설치하고, 쓰레기 처리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도시기본계획에 체계적으로 포함되어야 할 것이며, 또한 직장을 공급하고 경제산업을 발전시킴에 있어서 좀 더 구체적인 방향이 토론 되어야 할 것이라고 본다.

당장 제조업을 육성시키기가 곤란하다면 농업과 농목축제조업에 좀 더 매진할 필요가 크다. 인구가 많고 교육열이 높으므로 전기와 도로만 제대로 공급·소통된다면 다국적기업들이 전자조립공장 등을 세울 수 있고 많은 이들이 고용될 수 있다고 본다. 큰 자산인 관광산업도 호텔이 지어지고, 관광정보시스템이 활용되고, 캐시미어 등 특산품들이 향상되어야 할 것이다. 토요일에 학생들과 골짜기 아래 위치한 작은 교회에 다녀오려고 좁은 비탈길 옥수수와 갈대 사이 길을 미끌어지며 걸었는데, 그 앞으로 보이는 넓은 골짜기를 네팔정부에서는 ‘스마트시티’로 개발하고자 한다고 한다. 좋은 생각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개발계획과 재정계획은 전무하다고 본다. 이미 골짜기 한쪽 편에는 개인기업의 소규모 택지개발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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