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습관적으로 집을 나섭니다. 부학산 입구 계단을 올라 연초록의 신록 속으로 천천히 걸으면서 새소리, 나뭇잎사귀 사각거리는 소리를 듣다보면 생기가 돕니다.

숲 곳곳에 하얀 왕관을 쓰고 무더기로 피어있는 찔레꽃, 숲길에 흐드러지게 늘어진 아카시아의 맑은 향을 가만히 음미하다보면 온몸에 따듯한 전율이 느껴집니다.

시원한 비가 내린 다음날 부학산 숲길을 혼자서 걸으면 참 행복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맑게 갠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받으며, 흙먼지 한 점 없는 촉촉한 땅을 걷는 충만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습니다.

이름모를 꽃들은 비를 맞고 하루 새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 첫 쉼터에 다다르자 예쁘게 핀 때죽나무가 발길을 세웁니다. 때죽나무는 5~6월에 산과 들의 낮은 지대에서 자라는 종모양의 희색 꽃을 피우는 낙엽소교목입니다. 8월 무더위에도 때죽나무가 싱싱합니다.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모르지만 나무 둘레를 돌로 동그랗게 만들어놓은 모습이 보기가 좋습니다.

때죽나무를 감상하고 다시 천천히 걸으며 가끔씩 스치는 사람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숲에는 까치가 반갑게 아침인사를 합니다. 까치의 인사를 받으며 두 번째 쉼터를 지나 팔각정전망대, 일명 감사 나눔 둘레길 쉼터에서 새들의 합창을 들으며 시가지 내려다봅니다. 가슴이 확 트이며 세상 모든 것을 얻은 것 같습니다.

전망대 쉼터를 내려와 산 공기를 마시며 걷는 걸음이지만 땀은 비 오듯 흐릅니다.

며칠 간 쉬었다 오르는 산길 군데군데에는 몇 개의 돌탑을 누군가 새로 세워 놓았습니다. 무엇을 소망하며 돌탑을 쌓았는지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 갑니다.

그저께는 새로운 길을 찾으려다 길을 잘못 들어 시누대숲을 헤매다가 산길을 제대로 걸어 보지도 못하고 보성아파트 옆 절벽으로 힘겹게 내려왔습니다. 정해진 길을 벗어나면 문제가 생깁니다. 사고가 나거나 길을 헤매는 상황이 발생하게 됩니다.

하지만 살다보면 누구나 가끔씩은 샛길로 빠질 때가 있습니다. 새로운 길을 개척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힘든 길을 어렵게 통과했을 때의 안도감은 평소보다 더 큰 성취감을 줍니다. ‘고통 없이는 배울 수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왔나 봅니다.

아무리 힘든 고난과 역경이 앞을 가로 막아도, 길은 절대로 끊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의 길도 마찬가집니다. 중요한 것은 고통을 통해 더 크고 나은 과정으로 잘 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화하려면 생각을 바꿔야 하고, 생각을 바꾸려면 학습 습관을 기르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 고통이 극복되고 운명이 바뀌게 됩니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지기를 기대하면서, 오늘은 여기서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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