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지난 16일자로 외교·안보·통상 등 국익을 위한 최소한의 영역을 제외하고 모든 특수활동비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정보 및 사건수사, 이에 준하는 국정 수행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직접적으로 소요되는 경비를 통상 ‘특활비’라고 한다. 특활비는 증빙자료가 필요 없고, 사용내역이 공개되지도 않아 ‘검은 예산’이라고 불린다.

국회는 특수활동비라는 이름의 현금을  매년 80억원 가량 썼다. 국회의장실과 교섭단체, 위원회 등에 활동 지원 명목으로 지급됐다.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2018년도 특수활동비는 특수활동비의 본연의 목적에 합당한 필요 최소한의 경비만을 집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반납하며 2019년도 예산도 이에 준해 대폭 감축 편성키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이날 관행적으로 집행되던 교섭단체 및 상임위원회 운영지원비, 국외활동 장도비, 목적이 불분명한 식사비 등 특수활동비 본연의 목적 및 국민의 정서와 맞지 않는 모든 집행이 즉각 폐지됐다. 

사무총장은 “국회는 2018년 말까지 준비기간을 거쳐 기존 법원의 판결 취지에 따라 특수활동비의 집행에 관련한 모든 정보공개청구를 수용한다. 특수활동비 외에도 국회 예산 전반에 걸쳐 방만하게 또는 낭비성으로 집행되던 부분들을 철저히 검증하여 절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장도 이날 오전 국회 12개 상임위원장단과 회동을 갖고 국회특수활동비 집행과 관련, 사실상 완전 폐지 방침을 밝혔다. 국회의장은 “특활비를 안 쓰시겠다고 신문에 다 나왔다. 다들 방법이 없다. 이런 경우에는 납작 엎드려 국민 뜻을 따르는 것밖에 없다”며 특활비 폐지 방침을 설명했다. 

문 의장은 지난 15일 국회 특활비를 100% 폐지하라고 지시했으나 국회의장단 특활비에 한해 최소한의 경비만 남기는 쪽으로 결론 내렸다. 그동안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마구잡이로 사용해 왔다. 무슨 돈인지도 모르고 썼다고 하는 국회의원들의 고백마저 나온다.

지난 1994년 특활비라는 제도가 생긴 이래 그동안 감춰왔던 내역이 공개되었다는 점에서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배신감과 상실감이 매우 크다. 영수증도 없이 사용하고 누가 가져다 쓴지도 모르는 비용들이 물 쓰듯이 쓰여 졌다.

국회가 신뢰 못 받는 정부기관 중 최하위라는 얘기가 꾸준히 나온 것은 국회의원의 투명하지 못한 처신 때문이다. 이번 국회의 특활비, 국익영역을 제외하고 전면 폐지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며 이번 기회에 투명한 국회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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