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지나가고 쌀쌀한 초가을이 찾아오면서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도 몇 달 남지 않았다. 

지금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집중력을 잃고 힘들었던 지난여름의 건강을 다시 찾아 마지막 수능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할 시기다. 부족한 영역을 채울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아 심리적인 부담감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은 기간을 잘 활용한다면 평소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내기엔 충분한 시간이다. 언제나 그랬듯 수능당일까지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되고 방심도 금물이다.

지난 일이지만 휴대전화를 이용한 대규모 수능 부정행위가 발각돼 온 나라가 홍역을 치룬 적이 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게 치러져 왔다고 인식된 수능 시험에서마저 신뢰가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실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마음 감출 수가 없었다.

아직 배움의 단계에 있는 학생이 어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으로 학생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가치가 결부된 시험의 경우에는 누구나 부정행위를 할 가능성이 있다.

오히려 사회적으로 추구하거나 선택해야 할 가치가 적을 수밖에 없는 어린 학생의 경우에는 시험에서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그런 가치를 획득하고 싶은 충동이 성인보다 더 강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시험에 의한 가치 획득이 자신의 인생 설계에 있어서 거의 절대적이라고 생각할 경향성이 크기 때문이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그 통로는 좁아진다. 그래서 최상급 학교인 대학은 병목이 되고 만다. 당연히 그 병목을 통과할 사람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러기 때문에 수능은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병목을 통과하고 나면 아무런 제약이 없는 세상이 열리기 때문이다. 이러한 병목 논리가 이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학벌 논리요 학벌 사회를 드러낸 것이다. 병목 밖의 가치는 다양한데 오로지 그 가치는 그 병목을 통과해야만 획득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실 세계에서 사회적 가치는 다양하게 분배된다. 그럼에도 대학이 중시된다. 그 까닭은 대학이 사회적 위신이나 명예라는 가치에 불가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위신이나 명예가 중시되는 것은 존중되어야 하지 탓할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나왔느냐 혹은 어느 대학을 나왔느냐에 따라 그 평가를 달리 하는 일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수능에서 엄격한 시험 감독은 필요하지만, 기성세대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동원해서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데까지 가게 한 사회적 책임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수험생과 학생에 대한 윤리 의식 교육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곧 닥칠 수능시험을 두고 수함생부모는 용기를 주고 건강관리에 우선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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