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바지 무더위가 한창이었던 지난 여름, 전국은 아시안게임 응원 열기로 다시금 뜨거워졌다. 특히, 주말밤 연장전까지 팽팽하게 이어진 한일 결승전 축구는 골 갈증에 시원한 막걸리 한 사발 절로 생각나게 했다.

막걸리는 ‘막 거른 술’에서 비롯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민들의 술이다. 농주로 많이 애용되어 왔듯이 어릴적 막걸리 심부름하면서 군것질처럼 먹고 얼굴 빨개져 혼났다거나, 먹은 만큼 물을 채워 배달한 이야기 등 군생활 이야기 풀어 놓듯 막걸리에 얽힌 추억 하나씩 없는 사람 없을 정도다.

산업화시절까지만 해도 전국에는 많은 양조장이 성업을 했다. 서울특별시 2배나 되는 봉화군에도 면마다 하나씩, 그 중 봉화읍과 춘양에는 2~3개씩이나 있었다. 선조들은 힘든 농사일을 하면서 막걸리 한 잔에 김치 한 조각으로 허기를 달래고 삶에 힘을 얻었다.

1960년대 후반 12만여 명을 정점으로 봉화군에도 인구가 줄고, 맥주, 소주 등 다양한 주류 증가와 소득 수준향상으로 소비패턴도 변해 막걸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재, 봉화에는 봉화, 법전, 춘양, 소천, 석포에 하나씩 5개의 양조장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그중에 50년을 훌쩍 넘어 2대째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는 봉화탁주는 좀 특별하다.

첫째, 봉화탁주는 봉화에서 밀가루로 술을 빚는 유일한 양조장이다.
봉화탁주는 1939년에 설립된 봉화주조를 1971년에 인수해 봉화탁주를 설립하고 옛 방식대로 밀가루를 원료로 막걸리를 빚어 왔다. 1980년대 쌀 소비 촉진을 위해 그 당시로서는 적지 않은 보조금을 제시했지만 진정한 막걸리 맛이 아니라며 거절하고 오로지 밀가루를 사용해 막걸리를 제조해 왔다고 한다.

둘째, 봉화탁주는 보존제가 첨가되지 않은 생막걸리 만들기를 고집한다.
봉화에는 기지떡이 유명한데 전국에서 주문받아 생산을 하고 있다. 봉화기지떡을 만드는 떡방앗간은 유일하게 봉화탁주에서 생산된 막걸리만을 사용한다. 기지떡을 부풀려 숙성시키는데 살아있는 효모가 그만큼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봉화탁주는 공장 신축이전과 지난 여름 연이은 폭염으로 막걸리 생산이 많지 않아 관내 기지떡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고 한다.

봉화탁주에서 생산되는 막걸리에는 보존제를 넣지 않는다. 보통 막걸리 제조에는 기성품 즉 개량누룩으로 만든 초단(첫단계)을 공장으로부터 구입해서 팽화미 또는 증자미(누룩 만들기 위한 원료)에 섞어 적당한 알코올 도수(6도)를 내어 숙성해 판매한다고 한다. 그러나 봉화탁주는 무방부제품을 고집하다 보니 유통기한이 10일 정도로 짧은 반면 그 만큼 안전하고 건강에도 좋다고 한다.

셋째, 봉화탁주는 대량생산보다 전통방식 막걸리 제조를 고집한다.
봉화탁주에서 생산된 막걸리는 계절마다 숙성시기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0일 이상 20일 가까이 숙성시간을 필요로 한다. 제조과정은 100% 밀가루를 반죽해 솥에 쪄서 교반기로 가루를 내어 부드럽게 만든다. 이를 식혀서 효모와 섞어 보쌈이라는 것을 한다. 3일정도 숙성시키는데 이때 시간·온도·습도 3박자가 절묘하게 맞아야 하며, 여기에 정성까지 들어가야 제대로된 계량누룩(국)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후 2단 사입(덧밥)을 하고 다시 7일에서 17일간이상 숙성기간을 거쳐야 완성된 막걸이가 생산된다. 함께 술을 빚는 장기철 씨는 변동진 대표의 부친으로부터 무려 20년 동안 기술연마과정을 거치고 3년간의 견습과정을 거친 후 술 빚기 테스트를 했는데 제대로 된 맛이 날때까지 계속 버리게 해서 더 열심히 장인의 손맛을 배웠다고 한다.

봉화탁주는 원래 시내 중앙이었던 보건소 맞은편 주차장에 있었다. 1971년 변동진 대표의 부친과 장기철 장인의 부친이 공동으로 시작해 반세기가 흘렀지만, 봉화탁주의 전신인 일제시대 설립된 봉화주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면 봉화탁주의 역사는 50년보다 훨씬 오래 되었다고 봐야 한다.

변동진 대표의 부친은 그 당시 외곽이었던 봉화역 앞으로 공장을 이전해 십여년을 지역민들과 고락을 같이 했다. 그러다가 변동진 대표도 자연발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더 한적한 곳인 봉화읍 유곡리로 이사했다.

최근 웰빙바람을 타고 막걸리에 항암작용, 성인병예방 등 건강식품으로서의 막걸리의 효능이 다시금 주목을 받고 봉화 생막걸리를 발효효소로 사용하는 봉화기지떡 주문이 늘어나면서 봉화탁주 주문도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변동진 대표는 봉화탁주의 막걸리 제조과정이 모두 수작업 전통방식으로 제조되어 숙련된 노동력 확보가 힘들고, 순수 발효 곡주라서 유통기한이 짧아 판로와 경영에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봉화막걸리의 대중화를 위해 봉화송이축제 홍보시음회, 50년 주막촌 개설 등으로 홍보를 강화하여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 전국 브랜드로 자리잡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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