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용 사진작가

봄꽃이 모두 사라진 자리에 능소화가 탐스럽게 피었다.
뜨거운 팔월의 태양을 보고 자라서일까? 오래된 가지에는 짙푸른 잎과 주황색 꽃으로 무성하다.
담장 밖이 궁금한 여인들이 단장하고 나들이를 나온 듯 꽃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세상구경이 한창이다. 오고 가는 이들은 환한 능소화의 웃음 머금은 얼굴에 잠시 더위를 잊는다.

카메라를 들고 지나는 길에 꽃 앞 가까이에 등을 굽히고 셔터를 누른다.
지금 막 피어서 싱싱한 꽃들과 아직 주황의 꽃 색인 채 그대로 떨어져 길가에 누운 꽃들을 바라본다. 피어있는 꽃도 시들어가는 꽃도 모두 아름답다.

사람들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꽃도 나무도 사람과 함께 찍는 것을 좋아한다.
모델이 되어준 이현정(39·여)씨도 능소화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고 난 후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 모습이 활짝 핀 능소화처럼 밝고 건강해 보였다.

육거리 지나서 서산터널 들어가는 입구에서 찍은 사진이다.
능소화는 더위를 아랑곳하지 않고 끊임없이 꽃을 피우고 또 지기도 할 것이다.
우리 모두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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