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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안보칼럼] 북한 김정은 정권의 핵전략 10개조(하)김영시 한민족통일안보문제연구소장
   
제5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적대적인 핵보유국과 야합하여 우리 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하지 않는 한 비핵국가들에 대하여 핵무기를 사용하거나 핵무기로 위협하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이는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비핵국가를 대상으로 조건부의 소극적 안전보장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4조와 제5조는 전쟁을 감행하더라도 핵을 먼저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핵무기는 ‘보복용’으로 국한된다는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제6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의 안전한 보관 관리, 핵시험의 안정성 보장과 관련한 규정들을 엄격히 준수한다.’라고 하였다.

이같이 언급한 규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안정성을 최대한 확보해서 주변 환경과 이웃나라에 방사능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핵실험을 계속 실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분석된다.

제7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무기나 그 기술, 무기급 핵물질이 비법적으로 누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담보하기 위한 보관·관리 체계와 기술을 배운다.’라고 하였다.

‘非法的(비법적)’이라는 표현은 통상 국제사회에서 핵기술의 확산을 ‘불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점을 의식한 북한식 표현으로 보인다. 핵확산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법령에 명시한 것은 핵확산 금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지를 감안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시리아와의 핵협력이나 이란 및 미얀마와의 핵협력 의혹 등을 공식적으로 부인하기 위한 선제적(先制的) 조치로 해석할 수 있다.

제8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적대적인 핵보유국들과의 적대관계가 해소되는데 따라 상호 존중과 평등의 원칙에서 핵전파 방지와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국제적인 노력에 협조한다.’라고 하였다.

이는 핵시설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 도난 및 사보타지 등으로부터 안보, 불법적인 확산방지에 대한 국제적 협력의 뜻을 밝힌다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보유한 핵전력의 안전, 안보 및 비확산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이용하여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내겠다는 전략적 계산이 깔려 있다고 분석할 수 있다.

제9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핵전쟁 위험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가 없는 세계를 건설하기 위하여 투쟁하며 핵군비경쟁을 반대하고 핵군축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을 적극 지지한다.’라고 하였다.

이로써 북한은 자국의 핵무력을 토대로 ‘핵무기 없는 세계’ 구상에 동조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핵보유국으로의 지위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는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핵전력을 감축하고 행동반경을 약화시키기 위한 전략인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북한의 핵개발 자체가 NPT를 포함한 국제체제를 위반한 것이라는 논리로 북핵의 폐기를 압박할 수 있으나,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게 되면 향후 북한의 의무는 ‘핵폐기’가 아니라 ‘핵군축’이 된다.

만약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면 북한의 핵개발을 국제사회가 사실상 인정하게 되어 북핵 문제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고, 대신에 중동 등 다른 국가로 북핵이 확산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제10조에 ‘해당 기관들은 이 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 대책을 철저히 세울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런데 위 법령이 공표된 지 하루 뒤인 2013년 4월 2일 북한의 원자력총국 대변인은 현존하는 핵시설의 용도를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에 맞게 조절·변경해 나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북한의 모든 핵시설을 폐기하지 않고 재정비하여 다시금 가동시키겠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이는 핵억지 전략 가운데 ‘실존적 억지(Existential Deterrence)’ 전략으로서 약소국들 간에, 혹은 강대국과 약소국 간에 작동되는 핵억지 전략이다.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전력은 보잘것없지만 서로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힐 것이 분명하기에 핵전쟁이 억지된다. 유사시 미국의 핵공격에서 살아남은 단 개의 핵무기가 미국 땅에 떨어지면 이는 엄청난 재앙이 된다. 이 때문에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도 이러한 실존적 억지(Existential Deterrence)가 작동한다.

이러한 실존적 억지 개념에서 보면 핵무기의 보유량과 질적 수준에 관계없이 북한의 핵무력은 미국의 핵공격을 억지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국제정치학 이론인 ‘고슴도치 이론(porcupine theory)’이 바로 이런 상황을 묘사한다. 강대국을 상대해야 할 약소국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고슴도치가 가시를 보유하여 사자가 건들이지 못하게 만든다는 전략이다. 북한이 양순한 나라이고 미국이 극악무도한 깡패국가라면 북한의 행동은 고슴도치 이론에 비추어 정당하다. 그러나 북한은 고슴도치 같이 약하고 온순한 동물에 비유될 나라가 아니다. 북한은 전 한반도를 주체사상이 지배하는 곳으로 만들겠다는 혁명국가이며, 현대식 군사력으로 무장한 공격적 군사국가다.

이런 군사국가인 북한이 미국까지 날아가는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이유는 그것이 북한의 조선노동당 규약 전문에 명시된 대남전략의 혁명적이고 궁극적 목표인 전 한반도 공산화를 이룩하기 위해 필수적인 전략 수단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우리는 이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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