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이 만나는 평양시가지는 온통 꽃밭이었다.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포옹으로 재회의 감격을 가졌다. 격의 없이 두 정상은 웃음과 대화로 대했다. 남북이 하나라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감동의 순간이었다.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부인과 동행해서 외국 정상을 공항에서 맞이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두 손을 맞잡은 퍼스트레이디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만남도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했다. 평양 시내에서 두 정상이 동승해서 탄 차는 평양시민 10만여 명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잠시지만 체제에 갇혀 있는 북한의 모습을 잠시 읽을 수 있었다.조화를 들고 길거리에 나온 시민들 모두가 하나같이 한복을 입고 꽃다발을 흔들었다. 일사불란한 광경을 보면서 똑같은 사람인데 저와 같이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서울시민들에게 그와 같은 환영을 하라고 하면 가능할까. 평양시민은 대대대적인 환영을 했다.

그러나 비핵화의 현수막은 어디에도 없었다.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핵무기를 뒤로 감추고 미소 짓는 북측의 의도를 잘 알고 이에 잘 대처해 남한의 모든 국민이 원하는 평화의 테이블로 잘 이끌어내야 한다. 평화는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비핵화를 위한 조치는 핵이 해결되어야 가능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평양에서 열리는 두 정상 간 세 번째 회담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만큼 중요하다.
문 대통령이 서울공항을 떠나기 전 “이번 방북으로 북미대화가 재개되기만 한다면 그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했다. 이번 회담에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그동안 남측과 핵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러나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중재 역할에 긍정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북미 정상간 대화의 물꼬를 다시 트기 위한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을 것으로 본다.

문 대통령의 중재 역할은 쉽지 않는 일이다. 그러나 비핵화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다. 남북 두 정상간 신뢰가 최고조로 달한 지금이 북핵 문제를 풀어갈 가장 좋은 기회다. 첫 회담은 당초 1시간 반에서 30분을 넘겨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평양의 가을은 인조 꽃으로 만발한 광경이었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 조치를 이끌어내어 평양회담에 이어 서울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향기 나고 서로가 살아서 느끼는 꽃으로 활짝 피어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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