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편집국장

시바타 도요 할머니는 백 살이 지난 뒤에도 세상을 아름답게 노래하며, 살아 있음에 감사하며, 시를 쓰면서 살다가 행복한 죽음을 맞았다. 인생이란 ‘언제나 지금부터다’는 말이 있듯이 순간 속에 살면 모든 근심 걱정이 없어진다는 말은 그를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90세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해서 출간한 그의 첫 시집 「약해지지 마」를 읽고 있으면 나이를 먹는 행복감이 그대로 느껴진다. 백세까지도 싱그러운 봄바람과 같은 감성을 지니며, 사랑을 꿈꾸는 할머니의 시를 읽으면 나도 그와 같은 삶을 살고 싶은 용기가 솟는다. 그가 나를 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너도 나처럼 살 수 있을 거야' 라는 용기를 준다.

그의 시를 읽고 있으면 글은 깨달음의 기록이다는 말이 실감난다. 나도 '시바타 도요' 할머니의 따뜻한 친절을 '내 마음에 저금을' 해두고서 '쓸쓸해 질 때는 그걸 꺼내서' 음미하면서 기운을 차리고,'외로워지면 하늘을 올려다보는' 여유를 가져야겠다.

어린이 시처럼 맑고, 단순한 그의 시를 읽으면서, 바람과 햇살과 나, 함께 즐겁게 웃을 수 있어서 오늘 하루도 참 행복했다.


저기, 불행하다며/한숨 쉬지마//햇살과 산들바람은/한쪽 편만 들지 않아//

꿈은/평등하게 꿀 수 있는 거야//난 괴로운 일도/있었지만/살아 있어서 좋았어//너도 약해지지 마//


- <약해지지 마 / 시바타 도요> 전문


만 98세에 펴낸 시집이 160만 부 가까이 팔리는 초베스트셀러를 기록한 할머니 시인 시바타(柴田) 도요가 101세에 세상을 떠나면서 100세 때까지 계속 시를 썼다.


요리사 남편을 먼저 보내고 나서 시바타 할머니는 아들의 권유로 92세 나이에 처음 시를 쓰기 시작했다.

첫 시집 '약해지지 마’는 2009년 10월 자비로 출판했다. 시 속에 녹아있는 유머 감각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독자의 호평을 받으면서 다음해 대형 출판사 아스카신샤(飛鳥新社)가 삽화와 작품을 추가해 총 41편을 수록한 시집을 다시 펴냈다. 1만 부만 넘어도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일본에서 시바타 할머니 시집은 158만 부나 판매됐다.

‘근심을 해결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직접 행동을 옮기는데 있다'고 한 말은 삶에 있어 진정 최상의 조언이다. 살면서 힘이 들 때, 걱정 근심이 생길 때, 따뜻한 이웃이 있어 고충을 털어놓고 얘기하면서 술 한 잔 하다보면 힘든 일은 어느새 사라지고 새 힘이 솟는다.

그래서 진정 마음을 함께 나눌 이웃이 있다는 것은 살아가는데 중요한 행복의 요인이다. 행복을 느끼는 방법에는 자기 자신과 신, 가족, 친구, 지인, 사회와의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일 등의 정서적 요인이 참 중요하다.


난 말이지, 죽고 싶다고/생각한 적이/ 몇 번이나 있었어/하지만 시를 짓기 시작하고/많은 사람들의 격려를 받아/지금은/우는 소리는 하지 않아//98세라도/사랑은 하는 거야/꿈을 꿔/구름도 타고 싶은 걸//


- <비밀 / 시바타 도요> 전문


할머니는 2011년 6월 자신의 100세 생일을 기념하는 두 번째 시집「100세」를 내놓았으며, 그해 3월에는 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희생자와 피해자를 기리고 용기를 불어넣는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어떤 일을 당할 때마다 화를 내기보다는 덕으로 정신적 감화를 주는 것이 진정한 나 자신을 위하는 길이다. 술은 가장 좋은 친구와 마실 때 가장 기분이 좋은 술이 된다.

소크라테스는 "술은 영혼을 적시고 슬픔을 위로하며 온화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내가 가끔씩 마시는 술은 곧 시(詩)다. 오늘도 잘 살았다는 생각으로 술 한 잔과 시 한 편을 맛보며 깊은 잠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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