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경태 편집국장

사람들은 저마다의 삶을 영위하면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겪는다. 겉으로 드러난 질병뿐만 아니라, 남에게는 차마 꺼내 보일 수 없는 마음의 고통을 앓으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수없이 많을 것이다. 고통 없이 자란 거목이 없듯이, 고통 없이 큰 사람이 된 경우는 없다. 고통에도 의미가 있다. 그 의미를 받아들이고 즐기다 보면, 고통 넘어 기쁨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고통은 쓰고 맵지만 그것을 뛰어 넘은 결과는 달콤하다 못해 황홀하기까지 하다. 고통도 오래 앓다보면, 고통과 친구가 되거나 고통이 스승이 되어 삶의 길을 가르쳐 준다.


오래 앓다 보면
병도 철이 들어
마음을 괴롭히지 않는다.


巨木이 한쪽 가지가 꺾였을 때
스스로 달래어 아픔을 잊어갈 때 쯤
꺾여진 가지 옆엔 새 가지가 돋아나듯이


오랜 세월 자라난 巨木은
꺾여진 가지 대신
다른 가지가 더 많은 열매를 맺듯이


병이 철들어 맺어주는 열매도
주변의 어린나무들의 거름이 되어
사랑을 알고 사랑하게 된다는건
또 다른 기쁨일 게다.


-孫寶順의 시 '꺾여진 가지' 전문


삶에 고통이 따르는 이유는 신이 인간을 진실로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생선이 소금에 절여지지 않으면 썩고 말듯이, 인간도 고통이라는 양념에 절여져야 비로소 자신과 남을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손보순의 시 '꺾여진 가지' 를 읽고 있으면 행간 사이에서 숨겨진 고통의 흔적들이 구구절절 기어 나온다. 고통을 인내한 또 다른 기쁨 그것은 바로 한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초월의 경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삶은 뼈를 깎는 고통의 대가들 속에서 인생의 꽃을 피우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고통과 삶은 헤어질 수 없는 관계다. 삶과 죽음의 사잇길인 고통의 길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하루하루의 삶을 끝없이 채워가고 있다. 이것이 인생이고, 고통의 신비다.

고통 속에서 마음 아파하며 통곡하고 싶은 사람들이여, 그대들은 정말로 복받은 사람들이다. 미래의 행복을 주기 위해 신은 그대들을 택한 것이기에…….

마음껏 아파하라, 단 한 번도 기쁨이 없었던 것처럼, 지금의 고통으로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으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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