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은 나의 생명! 농부의 고집스런 신념으로 지켜온 유기농 농법

▲ 유기농 동원농장 김복술 대표
냉압착 들기름 추출, 잡초약 대신 우렁이 투입. 소비자의 건강을 최우선


우리나라에서 한 때 유기농 붐이 불면서 친환경적으로 재배한 농식품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제 어느 곳에서도 유기농 식품을 판매하지만 오롯이 믿고 먹기에는 미심쩍은 마음이 가시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경주시 외동읍에 화학성분이 첨가되지 않아 유아에게 먹여도 안전한 유기농 식품을 만드는 농부가 있어 찾아가 봤다. 남들보다 일찍 유기농에 관심이 생겨 모든 제품을 100% 유기농으로 생산하고 있는 동원농장 김복술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 군복무 중 다친 것을 계기로 귀농

군 생활 중 몸을 다치는 바람에 부산통합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75년도에 귀농을 하게 됐다. 줄곧 군인으로 생활하다 갑작스레 귀농을 하게 돼서 처음에는 막막했다는 김복술 대표. 농사의 ‘ㄴ’도 몰랐던 당시에는 책을 보면서 독학을 시작했다.

그는 과거 실수로 한 군데는 농약을 뿌리고 한 군데는 농약을 뿌리지 않았다고 한다. 농약을 뿌리지 않은 곳은 풀이 무성하게 났지만, 농약을 살포한 곳은 풀이 조금도 나지 않아 농약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유기농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이후 최대한 화학비료를 자제하면서 연구한 끝에 현재의 유기농 제품을 생산하게 됐다.

유기농을 생산하는 것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며, ‘신용은 나의 생명’이라는 농사 이념을 가지고 쌀, 잡곡, 꾸지뽕, 들기름 등 유기농 재배를 37년 간 실천해 오고 있다.

▶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농약을 사용하지 않으니 잡초제거 등 해야 할 일은 산더미처럼 쌓인데다가 물바구미, 벼멸구, 홍명나방 등 병충해 피해까지 겹치는 등 악재는 계속해서 생겨났다.

때문에 수확량은 다른 농가의 절반수준에 미쳤고, 소득 또한 거의 없어 유기농을 계속해야 하나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다. 당장의 생계에 영향이 미치더라도 언젠가는 유기농의 건강함을 사람들이 알아주리라 굳게 믿고 친환경 농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농사도 전문적인 지식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것을 알고 교육을 통한 역량변화에 힘썼다. 경북대 농업개발대학원 농산물 디지털유통 전문화 과정을 수료하고, 경북농민사관학교 농산물 가공 창업과정, 경주시농업기술센터 강소농 교육을 이수했다.

교육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고 수차례에 걸친 도전과 실험정신도 성공에 한몫 했다. 과거 꾸지뽕 시험 생산을 하다가 기계가 폭발해 공장 내부와 벽이 날아가 버린 사건은 이제는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헤프닝에 불과하다.

많은 실험과 도전 끝에 현재는 자신만의 농법을 개발하게 됐고, 농업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나가는 등 기술 전파에 열을 올리고 있다.

▶ 번거롭지만 정직하게 생산

김복술 대표는 번거롭지만 열을 가하지 않고 생 것을 압착만으로 가해 들기름을 추출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열을 가해 기름을 추출할 경우 몸에 좋은 오메가3가 없어지고 벤조피렌(Benzopyrene)이 생겨난다.

벤조피렌은 화석연료 등의 불완전연소 과정에서 생성되는 다환방향족탄화수소의 한 종류로 인체에 축적될 경우 각종 암을 유발하고 돌연변이를 일으키는 환경호르몬으로, 건강하려고 먹는 식품에서 오히려 건강을 해친다는 것을 자각해 독일 콜드프레스(냉압착)로 제품을 생산한다.

냉압착으로 기름을 추출하면 건강에는 정말 좋지만 기름이 적게 생산된다. 열을 가하면 기름이 몇 배로 많이 추출되지만 건강하라고 먹는 음식을 나쁘게 생산해서는 안 되기에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만든다고 한다.

기름을 다량 추출해 돈을 많이 벌면 좋지 않냐는 본 기자의 질문에 ‘돈이 목적이 아니라 건강이 목적’이라는 답변을 해 왔다. 본인이 과거 아파본 경험이 있기에 건강이 최고라며 소신껏 농사를 짓는다고 한다.

들기름뿐 만 아니라 쌀과 잡곡도 최고급 벼 품종을 개발해 사용한다. 유기농 퇴비를 제조해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살포하지 않고 재배한다. 잡초약을 대신해 우렁이를 투입, 이삭이 팬후 45일께 수확해 건조해 미질이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제품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현재 경주시 학교 급식으로 기름과 쌀을 납품하고 있다.

그는 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관리 시스템으로 저장 및 가공을 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으로부터 친환경 농산물 인증을 받기도 했다.

▶ 동원농장의 남다른 비법과 성과

생산자와 산지 등 기본적인 정보뿐만 아니라 파종일에서 수확일, 농약과 비료 등 농자재는 물론 사용 날짜까지 기록을 의무화 해 소비자가 믿고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를 생산한다.

37년 간 주변의 만류에도 꿋꿋이 소신껏 농사를 지은 결과 유기가공식품 인증(69-8-52), 국제유기인준 획득, 대한민국 스타팜 인증(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대한민국 유기농인상 대상, 키르기스탄 시장개척 산업시찰단 선정, 중소기업청장 모범소상공인 수상과 신문·방송출연 등 경주의 대표적인 강소농으로 자리잡았다.

▶ 앞으로의 목표

현재 농사도 짓고 사업도 하고 있지만 첫째도, 둘째도 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비자에게 거짓말 하지 않고 진심으로 재배한 농산물을 판매함으로써 서로간의 신뢰가 두터워지듯이 땀방울 흘려가면서 만든 제품으로 소비자에게 보답하고 싶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안전한 먹거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해 밝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저작권자 © 대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