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보고 시스템 갖췄지만 횡령 음성화…제보 없이는 적발 어려워"

'비리 유치원' 명단이 공개된 이후 어린이집도 조사하라는 요구가 빗발치자 보건복지부가 연말까지 비리 의심 정황이 있는 어린이집 2천 곳을 추려 조사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오는 22일부터 12월 14일까지 전국 어린이집 약 2천곳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집중점검을 한다고 17일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점검에서 아동·교사 허위등록 등을 통한 보조금 부정수급이나 보육료 부당사용, 특별활동비 납부·사용, 통학 차량 신고·안전조치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조사 대상이 되는 어린이집은 보육통합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선정된다.

대표자 1명이 2개 이상 어린이집을 소유하고 있거나 회계프로그램 미설치, 보육아동 1인당 급·간식비 과소·과다, 보육료 및 보조금 지급 금액 대비 회계보고 금액 과소 계상, 세입대비 세출액 차액 확인 등의 문제점이 확인된 어린이집이 대상이다.

복지부는 부정·비리 사립유치원 명단 공개로 촉발된 어린이집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내년 상반기까지 어린이집 전수조사도 한다는 방침이다. 전국 어린이집은 지난 6월 기준으로 3만9천419개다.

어린이집 정기점검은 매년 지자체 중심으로 실시되고 있다. 3년간 연평균 3만1천688곳이 점검을 받았다.

정부는 급여관리시스템인 행복-e음과 출입국관리시스템 등을 연계해 부정수급 개연성이 높은 43개 의심 유형을 모니터링 중이며, 복지부는 자동 추출되는 '비리 의심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점검을 벌인다. 한해 점검 대상은 3천500곳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장정숙(민주평화당)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보조금 부정수급 현황' 자료를 보면,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어린이집 380곳이 보조금 33억여 원을 부정하게 받다가 걸렸다.

부정수급 유형을 보면, 보육교직원 허위등록이 180개소로 가장 많았고, 이어 교사 대 아동 비율위반 90개소, 보육일수 조작 60개소, 아동 허위등록 36개소, 명의대여 7개소, 무자격자 보육 3개소, 기타 132개소 등이었다.

정부는 불법 행위가 적발된 어린이집에 대해서는 위반 정도에 따라 운영정지·시설폐쇄, 원장 자격정지, 보조금 환수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있다.

보조금 부정수급액이 300만원 이상인 어린이집은 지자체·복지부 홈페이지, 어린이집정보공개포털 등에 위반행위, 어린이집 명칭, 주소, 대표자 성명, 원장 성명 등을 공개한다.

어린이집은 유치원보다는 수입·지출 관리가 엄격한 편이다.

보육료, 필요경비 등 대부분을 중앙정부와 지자체장이 상한선을 결정하고 있고, 회계에서도 모든 어린이집이 '사회복지법인 및 사회복지시설 재무회계규칙'에 따라 보육통합정보시스템에 회계보고를 해야 한다.

또 어린이집비리신고센터가 있어 신고가 용이하고, 보호자가 민원을 넣으면 즉각 비리 여부를 들여다보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이미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에 영수증을 맞춰보는 정도의 조사로는 비리를 적발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전수조사를 해도 음성화된 횡령을 적발하기 힘들다. 100인분의 고기를 사놓고 30인분을 집으로 들고 간다거나, 식품도매상이나 특별수업교사 파견업체와 계약하고 현금 리베이트를 받은 식이기 때문에 내부에서 제보자가 나오거나 경찰이 업체를 수사해서 적발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우중 복지부 보육기반과장은 "지속적인 지도점검과 함께 모니터링 항목 개발, 명단공표 기준 조정, 지자체 담당자 지도점검 역량 강화, 내부고발을 유도하기 위한 신고포상제도 활성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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