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부부는 오전 9시 포항시청 중회의실에서 지역 문화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하정웅 박사 소장작품 3차 기증식'을 가졌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하정웅 박사와 기증협약을 체결하고 감사패를 직접 전달했다. 기증받은 미술작품과 미술자료는 총 561점으로 재일교포 2세 현대미술작가인 故손아유의 대형 드로잉, 회화, 습작, 동판과 목판 등이다.
하정웅(79) 박사는 포항시에 지난 2011년 317점, 2012년 1천363점, 2015년 10점 등 1천690점을 기증한 바 있다. 하 박사는 1939년 일본 히가시오사카 시 출신 재일교포 미술컬렉터이자 평론가이다. 그동안 국내 국공립미술관에 정성을 다해 평생 소중히 수집한 1만여 점의 미술품 기증해왔다. 하 박사의 기증으로 故손아유 작가는 그가 그토록 염원했던 부모님 고향인 포항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미술작품들을 영원히 남길 수 있게 됐다. 작품이 아닌, 콜렉터로서 조명을 한 전시도 포항이 처음이다.
고교 졸업 후 미술학교를 다니던 하 박사는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화가의 꿈을 접었다. 파산의 아픔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가와모토전기상사를 설립, 성공을 거뒀다. 그는 재일교포 화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작품을 수집했다. 콜렉터로서의 하정웅은 가난한 한국인 화가들을 지원했다. 작품성 있는 작가의 작품은 과감하게 사들였다.
그는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 등의 소외계층 지원을 비롯해 도서기증, 식수사업 등 국내외에서 다양한 봉사 활동을 펼쳤다. 일제강점기에 징집돼 혹사당하다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객사한 무연고 조선인을 조사하고 넋을 기리는 사업에 온힘을 쏟았을 뿐만 아니라 한·일 문화교류 증진과 기록문화유산 발굴, 관련 유적지 보호활동에 힘써왔던 공로가 인정돼 지난달 ‘2018 국가브랜드대상’ 공로상을 수상했다.
최근 건강 이상으로 수술을 한 하 박사는 특유의 호쾌함으로 병상을 털고 일어났다. 시민들을 위해 매번 귀중한 선물을 안겨준 그가, 다음 번엔 빈손이어도 좋으니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포항을 찾아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그에게 선물이 될 수 있도록.
이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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